'아빠 찬스' 논문 들킬까봐 "네 이름 좀 빌려줘"

정호영, 조국…자녀 논문 품앗이 천태만상
교육부 조사 "미성년 자녀 공저자 82명"
아빠찬스 들킬까…책임저자 이름도 바꿔
논문, 의전원 사라졌지만…꼼수는 만연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새 정부의 장관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이죠. 후보들 가운데 유독 자녀특혜 의혹. 이른바 아빠찬스 의혹이 불거진 경우가 많아서 우리를 참 씁쓸하게 합니다. 부모 찬스 중에서도 논문 끼워주기 행태는 익숙한 사례예요. 다시 말해서 부모 논문에 기여도 안 한 자녀 이름을 그냥 실어주는 겁니다. 이거는 명백한 문제죠. 이미 대학사회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틀 전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연금을 1033건을 조사해 봤더니 부모 논문에 이름을 올린 미성년 자녀가 총 82명. 그 중에 아무리 봐도 의심스럽다해서 대학이 입학을 취소시킨 사례는 총 5명이었다는 겁니다. 미성년 자녀가 낀 경우만 해도 이렇게 많았어요. 그러면 대학다니는 성년 자녀까지 조사를 했다면 그 수는 훨씬 높았겠죠. 이 문제를 심층취재한 탐사보도 매체 셜록의 박상규 기자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세요. 박 기자님.

◆ 박상규>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교육가 며칠 전에 발표한 조사 결과 중에 몇 개의 사례에 대해서 굉장히 깊이 취재 하셨다고요.

교육부 제공.

◆ 박상규> 네. 저희가 일단 교육부가 발표 하기 전에 서울대 사례를 좀 조사해 봤어요. 서울대 사례가 미성년자가 들어간 케이스가 약 60여 건이 있고 그중에 서울대 자체 조사에서 '이거는 부정이야, 명백한 부정이야'라고 판정 받은 게 22건이었습니다. 그걸 저희가 조사를 해 봤는데 재미있는 건 전부 다 이분들이 대부분 의대 교수였거나 아니면 그 자녀들이 또 다 100% 다 의대를 갔어요.

◇ 김현정> 의전원 말씀하시는 거죠.

◆ 박상규> 네, 의대하고 의전을 갔죠. 그렇게 해서 저희가 조사를 해봤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아빠, 엄마가 교수인데 자식이 정말 학문에 뜻이 있어서 같이 연구했다 이러면 그 자체는 정말 문제가 아니잖아요.

◆ 박상규> 그렇죠.

◇ 김현정> 어떤 경우가 기준이 된 겁니까? 부적절 사례.

◆ 박상규> 연구부정이라고 하면 보통 두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기여를 했느냐 아니면 정말 네가 아주 학술적인 발전과 발견에 아주 큰 기여를 했느냐. 그러니까 연구 방법에 기여를 했거나 학술적 방법에 기여를 했다고 하면 논문 자체에 등재되는 것은 문제가 안 되죠. 그런데 그 두 가지 사례에서 전혀 기여가 없고 엑셀 파일을 정리한다거나 그냥 번역했다거나 이정도를 가지고 논문에 등재된다는 것은 약간 좀 과한 거죠.

◇ 김현정> 공저자가 되기는 어렵죠.

◆ 박상규> 그렇죠.

◇ 김현정> 그런 경우들을 본 것이다.

◆ 박상규>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럼 취재하신 사례를 좀 깊숙히 들여다 보죠. 실명을 쓰기는 어렵고 ABCD로 해보겠습니다.

◆ 박상규> 대표적으로 저희가 말하고 싶은 분이 있는데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A교수라는 분이 계십니다.

◇ 김현정> 농업생명과학대 A교수.

◆ 박상규> 이분이 자녀가 외고에 다녔었는데 자기 자녀하고 또 자녀의 친구를 같이 동료교수 논문에 등재를 부탁을 해요. 왜 동료 교수한테 부탁을 했냐. 이 교수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자기가. '아, 내 논문에 넣으면 문제가 되니까 네 이름에 넣어줘.' 그런데 동료 교수 (논문)에 이름을 넣은 정도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이 논문 책임자는 자기인데 네가 논문책임자로 하고. 내가 책임자 하면 좀 문제가 되니까.

◇ 김현정> 나는 빠져.

◆ 박상규> 난 빠지고 네가 좀 해줘, 네 이름 좀 빌려줘, 동료교수 이름을 빌려서 자기 자녀와 자기 자녀 친구를 같이 넣어요. 나중에 문제가 되잖아요. 서울대에서 조사를 했더니 그러면 이 부탁을 받은 B교수가 문제가 되죠. 왜냐하면 이 논문 책임 저자는 자기니까, 사실 자기는 이름만 빌려준 건데.

◇ 김현정> 그러니까 박상규 기자가 쓴 논문인데 박상규 기자는 빠지고.

◆ 박상규> 난 빠진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박상규 기자는 빠지고 김현정 교수 이름으로 된, 아무것도 안 한.

◆ 박상규> 그런데 징계를 하려다 보니까 김현정만 징계를 하게 되는 거죠. 그런 경우가 벌어지는 겁니다.

◇ 김현정> 기상천외하네요. 또, 또 어떤 사례.

◆ 박상규> 또 서울대 교수가 자기 자녀를 논문에 넣었는데 무려 세 건의 논문을 넣었습니다. 그것도 뭐냐 하면 자기 학부 때 가르쳤던 학생이 나중에 서울대 교수가 됩니다. 자기 제자가 교수가 된 거죠. 어떻게 보면 위계 관계가 있는 거죠. 이 사람에게 부탁을 합니다. 네 논문에 넣어줘 내 딸좀, 내 아들좀 넣어줘. 그리고 또 한 명이 아니고 두 사람한테 부탁을 합니다. 또 다른 동료 교수들한테 너도 좀 넣어줘. 그래서 세 건의 이름을 올린 다음에 이게 또 다 걸립니다, 나중에. 그러니까 이 교수들이 전부 다 알고 있었던 거예요. 이게 나중에 부녀관계가 들키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죠.


◇ 김현정> 아니 그니까, 그러면 그 부탁을 받은 교수는 안 한다고 하면 안 돼요? 나 못 해, 못 하겠다 이렇게는.

◆ 박상규> 그렇게 하면 뭔가 좀, 그렇게 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우리 시민들의 기준인데 그렇게 대부분 안 합니다. 그냥 다 받아들이고.

◇ 김현정> 나중에 자기 자녀도 또 어디 부탁할지 모르니까 그러나요?

◆ 박상규> 네, 그렇죠. 서로 좀 뭔가. 일명 그게 바로 논문 품앗이죠.

◇ 김현정> 논문 품앗이.

◆ 박상규> 어쨌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그런 관계입니다.

◇ 김현정>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 케이스가 유사하죠. 조민 씨 입학 취소됐고 어머니 정경심 교수 형사처벌 받았고. 이걸로 미루어 보면 지금 밝혀진 이 케이스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까요.

◆ 박상규> 네, 그렇습니다. 방금 소개해드린 그 A교수,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A교수 같은 경우 이 자녀가 조민 씨 사례하고 비슷합니다. 고려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교에 갔고 그리고 해당 논문을 가지고 의전원에 입학을 합니다. 고려대 의전에 입학을 하고 그 친구가 지금 최근에 교육부 검증에서 약간 빗겨나갔어요. 왜 빗겨나갔냐, 교육부가 편입학에 대해서는, 의전원과 편입학에 대해서는 조사 안 했거든요.

◇ 김현정> 미성년만 했잖아요.

◆ 박상규> 네, 맞습니다. 미성년만 했기 때문에 이분이 안 걸렸는데 저희가 이분 같은 경우에도 조 전 장관 사례에 비추면 고려대학교 편입학 입시를 방해한 거하고 똑같습니다.

◇ 김현정> 업무방해죠.

◆ 박상규> 네, 부정한 논문을 가지고 입시에 활용했기 때문에 저희가 그래서 이거를 가지고 최근에 청년 의사들 모임하고 셜록이랑 같이 고발을 했습니다. 이분은 조사를 해야 될 것 같다. 그렇게 고발을 했습니다.

◇ 김현정> 요즘 이 문제가 더 부각되고 있는 이유가 정호영 복지부장관 후보자 자녀 의대 편입학 의혹 때문인 건데. 여기도 논문 같이 썼어요. 아버지하고 아들이. 그렇죠? 그리고 이 논문을 의전원 편입 때 또 활용을 하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가족이 연구했다고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오히려 효율이 더 높을 수도 있고. 아버지 연구를 자식이 이어서 한다는 측면에서 문제는 아니니까요. 정 후보자 아들 케이스는 어떻습니까?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병역비리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박상규> 정 후보자 아들 케이스도 학부생 때 약간 특이하고 이례적으로 두 편의 논문에, 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이름이 올라가죠. 물론 학교 측에서 밝힌 것은 약간에 기여를 했다고 하는데. 학부생이 일반 학회지에 실릴 정도에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굉장히 특혜 의혹이 있는 건 맞는데 중요한 것은 이것은 사실 검증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가령 조 전 장관 사례 같은 경우에는 검찰이 대대적으로 압수수색을 하고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투입이 돼서 조사를 벌였잖아요. 이런 케이스 같은 경우는 사실 수사기관이 나서지 않으면 명백하게 밝히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그러면, 이것은 그러면 이해충돌 이슈가 있는 거거든요. 아버지가 병원에 있는데 자녀가 그 병원에, 병원장이 있는 그 대학교에 편입학을 한다거나 사실 이전에, 이 당시 2018년 당시에. 이해충돌 이슈가 있었어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말고 가급적이면 하지 말라는 교육부 공고사항이 있었던 시기에요. 바로 이즈음에 여러 가지 조사를 해보면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국민들의 정서에서 봤을 때도 약간 과한 측면이 있죠.

◇ 김현정> 이런 문제가 하도 많아서 이제 대학 입시에서는 아예 논문을 안 봅니다. 제외됐어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일반대학 졸업한 뒤에 진학해서 의사가 되는 길이었던 그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제도 폐지됐습니다. 그러면 교수, 부모 논문에 기여도 안 한 자녀 이름 끼워넣는 이 관행은 사라졌습니까?

◆ 박상규> 급격히 축소가 됐어요. 미성년자들이 논문을 쓰는 사례가 통계적으로는 없어졌는데 또 신종으로 새로운 게 나타납니다. 뭐냐 하면 논문으로 이름을 넣지 않고 면접이라든가 그런 데에, 자기소개서에 내 부모가 누구라는 것을 은근슬쩍 밝힙니다. 가령 로스쿨 같은 경우에 면접볼 때 이런 얘기를 하죠. '저희 아버지가 대법관이었고 큰 로펌에 대표 변호사인데 그런 아버지를 보고 법에 관심을 가졌다, 사회적 약자의 삶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면 면접하시는 분들이 '저분의 자녀가, 저분의 아버지가 대법관이셨구나. 큰 로펌에 계시는구나' 알게 되는 거죠.

◇ 김현정> 대인면접에서는 그런 얘기 절대 못 하게 돼 있는데.

◆ 박상규> 네.

◇ 김현정> 로스쿨은 아직 그런 게 장치가 없어요?

◆ 박상규> 그런 게 있고, 어쨌든 꼼수가 되게 만연하죠. 사실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게 참 공정성에 관한 문제라서 굉장히 민감한 건데 이런 이해충돌의 이슈들, 아빠 찬스, 엄마 찬스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좀 필요한 거 아닌가요?

◆ 박상규> 문제는 대학교에서 자체 검증을 좀 제대로 하고 공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그리고 성적순으로만 뽑으면 요즘에는 사회적 배려대상자들이 좀 많이 어려움이 있거든요. 배려하고 여러 가지 입시를 다양화하면서 여러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가 필요한데. 일단은 대학교 자체에서 검증을 제대로 하고 그리고 특권층에 대한 특혜를 없애는 게 필요합니다.


◇ 김현정> 네. 지금 사실 입시 제도 같은 경우에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기는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계속 공론화하는 작업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셜록의 박상규 기자 고맙습니다.

◆ 박상규>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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