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국민이 수용하지 못하는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고, 국민들이 가장 비판하는 선거, 공직자 범죄가 포함하지 않는 한 합의할 수 없다는 게 국민의힘의 입장"이라며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사용해 모두가 대응, 투쟁에 함께 하겠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중재안 재검토 요구가 나오기 시작하는 등 국민의힘의 기류가 바뀐 건 이틑날인 23일이었다. '소통령', '2인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윤 당선인과 가까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법안이 범죄자에게 숨 쉴 틈을 줄까 우려된다"고 지적하면서부터다. 당내에서는 한 후보자가 '윤심'을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강성 지지자들도 게시판에 중재안 비판글을 올리는 등 힘을 보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권 원내대표가 SNS에 잇따라 글을 남겨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소수당의 입장에서 검찰의 2차적 수사권을 사수해 경찰과의 균형과 견제를 이루고, 억울한 피해자가 호소할 수 있는 핵심 기능을 남기고자 했다"고 해명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어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24일 "국민의 우려를 잘 듣고 지켜보고 있다"며 한 후보자와 결을 같이 하는 표현을 꺼내들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 역시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해 상충 아니겠냐"고 반대 의사를 드러내면서 국민의힘 내부는 '윤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준석 대표가 SNS를 통해 "내일(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협상안에 대해서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히고 권 원내대표가 "의석 수가 부족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면서 윤심에 쐐기가 박혔다. "권 원내대표가 가져온 중재안이 설마 윤 당선인 생각이 아닐리 있겠냐"며 혼란스러워 하던 의원들도 "윤 당선인은 중재안에 반대한다"는 걸 기정사실화했다.
25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는 중재안에 대한 재논의를 결정했고, 배 대변인은 "정치권이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게 무엇일지 깊게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달라"는 윤 당선인의 당부를 재차 전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이 '부패완판'이고, 헌법 정신을 크게 위배하며 국가나 정부가 헌법 정신을 지켜야 할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한 검찰총장 사퇴 당시의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인수위 사무실에 윤 당선인을 직접 만나러 가면서 '윤심'을 확인하고 왔다.
다음 날인 26일 오후 의총에서 이용 의원이 첫 발언자로 연단에 오른 것은 이러한 '윤심' 확인 과정의 화룡점정이었다. 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수행실장인 이 의원이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며 준비한 원고를 꺼내 읽는 장면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윤심의 전달'이었다. 이 의원은 중재안 파기 과정에서 리더십이 흔들린 권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로 말했다. 중재안 재검토 때와 마찬가지로, 권 원내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지지 여부도 윤심을 따랐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국민의 생각과 어긋난 중재안에 합의한 것은 아쉽지만, 합리적인 권 원내대표의 성향상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실적인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당선인과 코드를 잘 맞춰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