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 위원장 "장애인 저상버스 이용하려면 보행환경부터 바꿔야"

"기후위기 수천억 예산 들여 트램 건설 해법 아니라 생각"
"제주지역 장애인 이용수단 주로 장애인콜택시 이용해"
"저상버스 보급률 30%…장애인 이용률 낮아"
"제주 세대별 자가용보유율 전국 1위. 0.6명당 1대 보유"
"대중교통 개편보다 대중교통까지의 접근성 높여야"

제주녹색당 안재홍 정책위원장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7:30)
■ 방송일시 : 2022년 4월 25일(월)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녹색당 안재홍 정책위원장
 
◇박혜진> 오늘은 어떤 이야기 해주시나요?
 
◆안재홍> 지난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4월엔 장애인의 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국민의힘 이준석대표와 장애인단체(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간의 설전으로 이동권 문제가 상당히 이슈가 되었습니다. 장애인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많은 정책이 있겠지만 오늘은 이동권 문제에 한정해 생각하겠습니다. 이동권 문제는 또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박혜진> 지난 19일 제4차 대중교통계획에 트램을 도입하는 안이 포함됐다고 제주도가 밝혔습니다. 트램 도입의 이유 중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하는데 트램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안재홍> 트램이 친환경 교통수단인 것은 맞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 트램이 있다면 트램 이용을 늘리자는 캠페인은 기후위기 시대에 의미있는 캠페인이 될 겁니다. 그런데, 지금 제주는 트램이 없고 건설을 해야 합니다.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따르면 제주공항에서 원도심과 제주항을 연결하는 단기 노선(6㎞)을 2028년까지 만들고 제주항에서 신제주를 연결하는 장기노선(12㎞)을 이후에 추진한다는 것인데요.

제주에서는 2010년과 2014년에도 트램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예산과 실효성 문제 등으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비용 대비 편익 분석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사업이었죠. 수 천억원을 들여 트램을 도입하고 공사를 하는 것이 기후위기시대의 해법인지, 제주의 자가용 이용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인지에 대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다시 이동권 문제로 돌아와서 제주의 장애인 이동권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안재홍> 쉽게 말씀드려 길에서 장애인을 만난 적이 있으세요? 아마 길을 다니다 장애인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그러면 제주에 장애인이 없는 것일까요? 2021년 말 기준 제주도의 등록장애인은 3만6876명으로 전체 인구 67만6759명 대비 5.4%나 됩니다. 3만 7천명이나 되는 장애인이 거리로 나오지 못하면 집이나 시설에 갇혀 지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저도 지인 중에 장애인이 계셔서 이동에 대해 물어보면 오로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장애인 콜택시밖에 없다고 합니다. 어떤 때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법에선 보행 장애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대를 확보하도록 했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물론 버스도 있지만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장애인도 없을 겁니다. 장애인콜택시와 함께 장애인 교통수단으로 분류되는 저상버스도 30% 조금 넘는 수준이라 10대 중 7대는 저상버스가 아닙니다.
 
◇박혜진> 버스 10대 가운데 3대는 저상버스라고 하지만 제주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만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안재홍> 보행 장애가 있는 분들이 가진 가장 큰 이동의 제약은 저상버스 보급률이 낮다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버스를 타려면 버스정류장까지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장애인분들은 제주의 경우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걸어다니기 힘든 곳이 제주의 보행환경입니다. 인도가 없거나 있더라도 폭이 너무 좁다거나 중간에 단절된다거나 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정류장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장애인을 위해 설치한 비가림막들이 저상버스가 기울러질 때 방해물이 되기도 합니다. 휠체어가 다니기 좋은 길은 유모차도 다니기 좋은 길이고 노인분들도 다니기 좋은 길입니다. 저상버스 도입을 늘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의 보행환경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박혜진> 이동권문제를 환경이야기로 풀어보면 교통분야의 환경오염 실태는 어느 정도인가요?
 
◆안재홍> 환경오염은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등 다양한 분야가 있겠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기후위기를 불러오는 탄소배출입니다. 2018년 제주도 전체 탄소배출량이 484만톤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송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반 가까운 427만톤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제주의 수송부문을 모무 멈추면 탄소배출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주도 온실가스배출의 주범은 수송부문입니다. 제주의 주요 수송분야는 도로와 항공, 해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제주의 도로위를 다니는 자동차가 전체 수송분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항공편도 줄이고 항만도 줄여야 하지만 우선은 도로 위의 자동차를 줄이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그런데 도로위의 자동차를 줄이려면 자가용 이외의 이동수단이 편리해야 하는데 제주도는 대중교통 이용률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도내 자동차는 계속늘어나고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의 자동차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인데 대중교통 이용이 늘지 않고 제주의 자동차가 이렇게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안재홍>제주에 자동차가 많다는 것은 늘 체감하고 계실겁니다. 지난 달 말기준으로 보면 제주도 인구가 69만명 정도인데 등록된 자동차가 약 67만대정도입니다. 실제 운행되는 자동차도 40만대가 넘는다고 하니까 어린이들까지 다 포함하더라도 제주도민 0.6명당 자동차가 1대 정도 있다고 합니다. 세대별 자동차보유율은 늘 전국 1위를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이렇게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다보니 탄소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매년 1,000억원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버스이용이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준공영제를 실시한 2017년이후 줄곧 14.7%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이 늘지 않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버스보다 자가용 이용이 편리하기 떄문인 것이 가장 큰 이유일겁니다.

도심의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책은 거꾸로 갔습니다. 일례로 도심내 주차장 숫자가 꾸준이 증가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동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되는 보행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도로를 넓힌다고 인도를 좁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박혜진> 제주의 자동차를 줄이고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선행되어야 할까요?
 
◆안재홍> 자동차가 늘어난 원인을 분석해서 정책을 펴야합니다. 대중교통 개편도 중요하지만 대중교통까지의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안전하지 못한 거리, 쾌적하지 못한 거리를 이동해서 버스를 타야한다면 가기가 더 싫어지겠죠. 제주의 보행과 자전거 이용률이 버스 이용보다 훨씬 높습니다. 매년 통계로 24%정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14.7%를 차지하는 버스에 비하면 지원정책이 거의 전무 하다시피한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들 통학로부터 도심의 인도까지 걷기에 위험천만한 길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라고 할 것이 없이 안전하고 걷고 싶은 길은 아이들에게도 어르신들도 도민 모두가 행복한 길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분들이 나서서 이동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거죠. 제주도에서 유니버셜 디자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한 공간을 만드는 사업을 조금씩 진행하고는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생색내기에 불과합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중교통을 공공교통으로 전환하고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정책들과 집에서 정류장까지의 걷는 길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들이 병행되면 분명 효과가 있을겁니다. 물론 자동차가 다니기 힘들게 차도를 줄이고 주차장을 없애는 일을 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이 표 떨어진다고 이런 일에 나서지 않아 걱정은 됩니다. 이동권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아니라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답이 보인다는 점 함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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