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26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검찰의 본질적 기능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설명회를 열고 "공정성·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서도 "검찰의 보완 수사 범위 축소, 직접 수사의 단계적 폐지는 실체 진실 규명과 인권 보호 역할을 후퇴 시킨다"고 말했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현재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인 6대 범죄(경제·부패·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경제·부패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에 대한 수사를 금지하고 있다. 경제·부패 범죄다 약 1년 6개월 뒤 중대범죄수사청이 설립되면 검찰 수사가 불가능해진다. 별건수사를 금지한 것 역시 중재안의 특징이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후부터 중재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다.
이 지검장은 또 대장동 사건을 언급하면서 "국민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수사 공정성 논란을 제기해온 것을 알고 있다"며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살펴보게 되고 다른 팀이 다시 수사 기록을 들춰본다고 하더라도 떳떳하겠는가를 늘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정진우 1차장검사와 박철우 2차장검사, 진재선 3차장검사, 김태훈 4차장검사가 동석해 중재안의 문제점으로 △보완수사 금지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개 범죄 직접수사 폐지 △수사·기소검사 분리 등을 꼽았다.
정진우 차장검사는 "현행 규정에 의해도 검찰의 보완수사가 상당히 제한돼있다"고 했다. 지금도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한정해 보완 수사가 인정된다는 것. 정 차장검사는 중재안이 통과될 경우 검찰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하다가 윗선이나 인출책이 드러나더라도 수사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n번방' 사건을 예로 들면서 '불법 촬영 및 영상물 유통'으로 송치된 경우 '범죄단체 조직' 혐의는 추가 확인하지 못하고 단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해야 한다고 했다.
박철우 차장검사는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구분하는 것은 재판에서 심리한 판사와 선고를 하는 판사를 분리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청법을 준용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은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지 않는 만큼 법체계상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는 6대범죄 중 공직자와 선거 관련 범죄는 제외한 것을 놓고 '여야 야합'이라는 비판이 고조된 가운데 선거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진재선 차장검사는 "국정원댓글 사건이나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울산시장 선거개입) 같이 공무원이 개입된 조직 범죄는 법리가 복잡하다"며 "6개월 내 해야하는 사건은 법리검토 등 병행해야 시간 내 전모 규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선거사건 공소시효는 6개월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짧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