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파문을 일으킨 강정호(35)의 키움 히어로즈 복귀에 대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KBO 관계자는 26일 "이달 안에 강정호 관련 사안을 매듭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키움은 지난달 18일 "강정호와 올해 3000만 원에 계약했다"면서 "이날 오전 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 탈퇴 해지 복귀 승인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KBO는 한 달 이상 승인을 미뤄왔다. 규정상 승인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여론을 의식해서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에서 뛰던 2016년 말 귀국해 서울 강남 모처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후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자행한 강정호는 앞서 히어로즈에서 뛰던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 운전이 적발된 사실까지 밝혀졌다.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은 강정호는 이렇다 할 사과 없이 미국으로 떠나 빈축을 샀다.
그러다 강정호는 피츠버그에서 방출돼 2020년 6월 키움 복귀를 시도했다. 이와 함께 사과 기자 회견도 열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이 오히려 더 거세졌다. MLB에서 뛸 때는 가만히 있다가 국내에 복귀하려고 그제서야 사과를 한다는 일침이 쏟아졌다. 결국 강정호는 당시 복귀를 철회했다.
2년이 지나 강정호는 다시 키움에 복귀하려고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달 29일 취임한 KBO 허구연 총재도 "여러 각도에서 조명을 해야 하고 고려할 사항도 많다"면서 "고민 중이며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KBO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적인 공방도 예상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KBO는 이달 안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결국 복귀가 이뤄지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KBO 관계자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강정호의 복귀를 승인했다가는 KBO 리그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O 리그는 100% 관중 입장이 허용된 올해 예상 외로 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지 않고 있다. 24일까지 총 98경기 관중이 67만5903 명이었는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비슷한 기간인 4월 16일까지 경기당 평균 관중 1만1117 명의 약 62% 정도다.
더군다나 허 총재는 취임일성으로 '팬 퍼스트'를 강조했다. 허 총재는 취임 뒤 연일 경기장 현장을 찾으며 팬들과 소통했지만 여전히 야구장의 열기는 예년만 못하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강정호 복귀까지 승인한다면 팬들의 마음이 더욱 차갑게 식을 가능성이 높다.
키움 구단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강정호의 복귀에는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이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이다. 영구 제명된 이 전 대표의 구단 운영 개입을 막겠다는 의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횡령죄가 확정돼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 앞서 23건의 선수 트레이드에서 131억 원의 뒷돈 거래를 주도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에 KBO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영구 실격과 구단 경영 개입 금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측근 인사를 통해 이른바 '옥중 경영'으로 구단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에 KBO는 2020년 3월 상벌위원회를 열고 키움에 벌금 2000만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가석방된 뒤 최근 부장검사 출신 위재민 변호사의 새 구단 대표 선임에 관여하고, 옥중 경영의 중심에 있다가 떠났던 임상수 변호사(법무법인 산들)의 비등기 법무이사 등록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강정호의 복귀에 대해 표면적으로 키움 고형욱 단장은 "야구 선배로서 강정호의 얼마 남지 않은 야구 인생에 후회하지 않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야구인들은 많지 않다. 이 전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KBO는 프로야구의 중흥을 위해 상식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적 공방 등 부담은 있지만 강정호 본인이 망친 한 개인의 야구 인생보다 리그의 존재 이유인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한 것이다. 과연 강정호와 키움, 이 전 대표가 KBO의 방침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