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이틀째인 26일에도 30분만에 산회하면서 청문기한을 넘겼다. 여야는 추후 청문회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
국회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가 30분만에 산회했다. 이날 회의에 민주당, 정의당은 각 당 간사 강병원, 배진교 의원만 참석했고 나머지는 불참했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은 요청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 청문 절차를 종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후보자 요청서는 지난 7일 제출돼 이날까지 청문을 마쳐야 하는데 기한을 넘기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간사 성일종 의원은 "법정 기일을 지키는 오랜 국회의 아름다운 전통이 이번에는 깨질 것 같다"며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어제부터 회의가 중단됐고 오늘 하루만으로는 청문이 어려워 새로운 의사일정을 양당 간사가 협의해 새 청문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간사님의 요청이 있었다"며 "여야 간 새로운 일정으로 협의하는 것이 청문회를 국민께 잘 보여 드릴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한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미흡했는지를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 정의당 측은 한 후보자가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아 청문 절차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한 후보자는 부동산 거래기록과 납세 기록을 냈다고 했는데 AT&T 등 외국 기업에서 받은 6억2천만 원에 대한 월세 납세 내역, 부동산 법인과의 거래 내역을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며 "배우자 미술품 거래 내역도 다 냈다고 했는데 법인이 구매했다면 어디서 구매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우자가 판매한 작품이 10점이고 액수가 1억이라는 것만 밝혀 이해충돌 문제를 따지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앤장 법률 사무소 업무내역에 대해서는 "총 6페이지를 받았는데 별첨한 영문 연설문을 빼면 고작 A4 1장 반이었다"며 "종이 한 장이 15억이면 다른 1장이 5억인가. 4년4개월 근무하면서 20억을 받았는데 한 일은 간담회 4번 참석이 다인가"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한 후보자가 국민의힘 의원들도 요구한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한 후보자와 배우자의 외화 저축 현황, 해외 계좌 개설 등 외화 관련 자료는 국민의힘 성일종, 전주혜, 최형두 위원도 요구한 자료인데 하나도 안 냈다"며 "떳떳하다고 하면서 왜 이런 자료에 대해 개인정보 이용 미동의로 제출을 막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겨냥해 "한 후보자의 미제출 자료에는 국민의힘 위원들이 요청한 자료도 포함돼 있다"며 "마치 야당이 근거 없이 청문회를 방해하고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지금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청문위원들도 발끈하며 민주, 정의당 측이 무리한 자료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한 후보자에게 요구한 자료 1090건은 문재인 정부의 김부겸, 정세균, 이낙연 총리 후보자 시절의 총 916건보다 더 많은 수치"라며 "이렇게 많은 건수의 자료 요청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가 상당히 제출했다"고 한 후보자를 비호했다.
이어 "이낙연 후보자는 319건 중 85%를 제출했고 정세균 후보자는 250건 중 52%만 제출했다. 김부겸 후보자는 347건 중 84%를 제출했고 정세균 후보자는 250건밖에 안 되는데 52%를 냈다"며 "그 잣대로라면 정세균 후보자의 청문회도 진행이 안 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최형두 의원도 "배 의원님 지적을 듣고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1100건에 달하는 자료를 어떻게 순식간에 다 만들어내나"라며 "옥석을 가려서 해야 하는데 50년치 월급을 내놔라 이렇게 하면 사실상 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