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무혐의 뒤집은 警, 결국 기소 檢…'부패완판' 반대 사례

檢, '백억대 불법 대출' 의료기기업체 기소…'사무장병원' 혐의는 빠져
별도 진행되던 민사 소송에서 대법원 "사무장병원으로 보인다" 판결
민사 증거로도 인정됐는데, 검찰은 '증거불충분' 이유로 불기소 한 셈
최초 검찰의 무혐의 결론 경찰이 재수사해 뒤집어…이마저도 '반쪽' 기소
검찰의 '반쪽·부실 기소' 논란…'검수완박'되면 '부패완판' 반대사례

그래픽=김성기 기자
의료기기를 빌려준 것처럼 속여 100억원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한 뒤 이를 통해 불법 대출한 자금으로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요양급여 약 350억원을 가로챈 의혹을 받아온 의료기기 전문업체가 사건 발생 4년여 만에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검찰은 이들의 '불법 대출' 혐의만 기소하고, '사무장병원 운영' 혐의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런데 해당 사건과 관련해 별도로 진행 중이던 민사 소송에서 최근 대법원이 "해당 병원은 사무장병원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리고 파기환송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의 '반쪽·부실 기소'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해당 사건은 수년 전 검찰에서 한 차례 무혐의 처분한 것을 경찰이 따로 인지해 약 2년간 재수사한 끝에 결론을 뒤집고 '기소의견' 송치한 사건이다. 검찰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반대 근거로 경찰의 수사력이 검찰보다 떨어져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 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반대 사례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억대 불법 대출' 의료기기업체 기소…'사무장병원 운영'은 빠져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박현철 부장검사)는 의료기기전문업체 ㄱ사의 회장 A씨와 대표, ㄴ병원의 병원장 B씨 등을 조세범처벌법위반 및 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지난해 11월 11일 불구속 기소했다. CBS노컷뉴스의 <[단독]'350억원 부정' 사무장병원 사건…자수한 피의자 1년째 기소 않는 검찰> 보도 이후 열흘 만이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수십억원대의 의료기기를 실제로 빌려주지(리스) 않았음에도 빌려준 것처럼 속여 총 120억원의 허위 의료기기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사로부터 140억원가량을 불법 대출한 혐의(특경법상 사기)를 받는다.

또 실제 의료기기의 거래가 이뤄진 경우에는 금액을 부풀려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도 받는다. 40억원 상당의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거래 대금은 90억원을 부풀리고, 이 서류를 불법 대출에 사용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개당 4천원짜리 '적외선 전구'가 개당 109만원짜리로 둔갑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를 수사한 경찰이 이들이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사무장병원' 운영에 사용했다는 혐의(의료법 위반)에 대해서도 함께 기소의견으로 넘겼지만, 검찰이 이 부분은 '불기소' 처분했다는 점이다. 사무장병원이란 의사나 의료법인이 아닌 개인이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는 형태로, 현행법상 불법이다.

당시 경찰은 수차례 계좌추적 및 압수수색 끝에 ㄱ사가 ㄴ병원의 운영 자금을 대고, 병원으로부터 얻은 수익은 다시 ㄱ사로 돌아간다는 점을 포착했다. 특히 경찰은 ㄴ병원의 공동원장이 ㄱ사 회장 A씨의 조카 C씨인 점을 수상히 여겼다. C씨가 인턴 경력 2개월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종합병원인 ㄴ병원의 원장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은 사무장병원 운영 혐의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봤다. 검찰은 불기소이유서를 통해 "ㄴ병원은 현재까지도 B씨와 C씨의 공동명의로 개설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ㄴ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대다수의 인력 및 의료시설들도 당초 B씨에 의해 채용·구비된 것인바, B씨 관여 없이 C씨 등 ㄱ사 측 관계자들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등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사무장병원으로 보인다" 판단…검찰 '반쪽·부실 기소' 논란

고상현 기자

하지만 최근 해당 사건과 관련해 별도의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던 대법원에서 "ㄴ병원은 사무장병원으로 보인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판결은 사무장병원 혐의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 처분뿐만 아니라 해당 혐의에 대한 서울고검의 항고 기각 이후 결정된 일로, 검찰의 '부실 기소'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C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의무이행 소송에서 "C씨는 비의료인이 형식적으로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하기 위해 내세우는 명의인에 가까워 보인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ㄱ사가 C씨를 통해 ㄴ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의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한 자가 누구인지 충분히 심리해야 한다"며 "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의료인을 고용해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하는 경우는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직책인 기획실장 자리에 사람을 보낸 ㄱ회사나 그 대표이사가 병원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주체라고 볼 여지가 크다"며 "ㄱ사의 회장 등과 C씨의 관계, 의료인으로서의 C씨의 경력 등을 고려할 때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하기 위한 의료인 고용이나 명의대여와 달리 평가할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사재판에서는 검사의 무혐의 불기소처분 사실에 기속되지 않고 법원이 증거에 의한 자유심증으로써 달리 인정할 수 있다"며 "ㄱ사 관계자들이나 C씨에 대한 의료법 위반 사건 수사결과 무혐의 처분이 있었다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증거에 의해 달리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를 두고 검찰의 '반쪽·부실 기소'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형사도 아닌 민사 사건 재판에서 사용된 증거만으로도 '해당 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해당 혐의에 대해 불기소해 법원 판단을 받지 않은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제기된 항고 또한 서울고검에서 지난달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이를 제대로 검토한 것이 맞느냐란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후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는 결정이 난 셈이라 추후 대검찰청의 판단이 주목된다. 현재 해당 사건은 재항고돼 대검에 계류 중이다.


경찰, 검찰의 무혐의 결론 뒤집어…끝내 구속영장 청구 안한 檢


특히 해당 사건은 검찰이 과거 한 차례 '혐의없음' 처분한 것을 경찰이 별도로 수사해 결론을 뒤집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다. 경찰은 약 2년간의 수사 끝에 사무장병원 혐의까지 찾아내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두 번이나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셈이라 최근 '검수완박' 국면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건 관계인 등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ㄱ사와 불법 대출 등을 공모한 병원장 B씨가 2017년 11월 최초 검찰에 자수 형식의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진정서에는 B씨가 ㄱ업체와 공모해 벌인 백억원대 불법 리스 대출과 허위세금계산서 발급 사실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사건은 이후 약 두 달만인 2018년 1월 서울동부지검으로 이관됐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ㄱ사 측의 요청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B씨가 수차례 '공범들이 혐의를 부인하면 대질 조사에 응하겠다', '서울에서 조사가 어려우면 다시 대전으로 이관해달라' 등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동부지검은 약 8개월 후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렇게 '무혐의'로 끝날 것 같았던 사건은 경찰 수사로 반전을 맞는다. 2019년 3월 따로 첩보를 입수해 해당 사건에 관한 내사에 착수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약 20개월 수사 끝에 이들을 '유죄'라고 판단했다. 수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통신·계좌 추적 등을 통해 이 같은 결론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수십억원대의 의료기기를 실제로는 리스하지 않았음에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는 것 등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불법 대출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ㄴ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했고, 수년간 국민건강보함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약 350억원을 받아 가로챈 정황까지 포착했다.

또 경찰은 당시 ㄱ사 관계자가 서울동부지검에 제출한 자료 중 일부가 조작됐다는 사실까지 파악했다.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사에 제출한 자료와 추후 검찰에 무혐의를 주장하며 제출한 자료 중 일부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이 증거인멸 등을 이유로 핵심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최초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다면 요양급여 수백억원이 불법으로 새나가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B씨가 최초 대전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한 시점은 경찰이 파악한 이들의 사무장병원 운영 시작 시점으로부터 불과 4개월 뒤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검찰이 사무장병원 운영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하면서 요양급여 수백억원 환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검찰이 불법 대출 등 혐의에 대해서 기소한 사건은 오늘(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공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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