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청문회, 시작도 못 하고 '파행'…尹 내각 구성 '난항'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는 모습. 윤창원 기자

새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내정된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더불어민주당의 반발로 시작 첫날부터 파행을 빚고 산회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동시에 펼쳐질 여소야대 정국을 미리 엿볼수 있는 예고편이라는 지적이다.


두 차례 청문회 열었지만 '파행'…민주당 "자료 제출 미흡해"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5일 오후 4시30분 청문회를 속개한 뒤 15분 만에 바로 산회했다. 앞서 여야는 같은날 오전 10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자료 제출 미흡을 이유로 39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산회됐다. 두 차례 청문회가 모두 파행을 빚은 것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비에 항의하는 발언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청문회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8명의 청문 위원들이 충실한 자료제출을 전제로 청문 일정을 재조정하자는 요청을 간곡하게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회의를 개의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구체적으로 한 후보자 측이 △부동산 계약서 △김앤장 활동내역 △배우자 미술품 판매 기록 등을 개인정보 및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장외에서도 한 후보자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에서 "자료 없이는 자리도 없다. 노 검증이면 노 인준"이라며 "총리 후보자가 국민 검증을 거부한다면 당은 부적격 후보자를 국민의 이름으로 거부하겠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후 청문회 속개를 두고 여야 간사가 협의를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되지 않았다. 같은날 오후 4시30분 청문회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만 배석한 채 진행됐고 15분뒤 산회했다. 청문회는 26일 오전 10시 속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무리한 자료 요구"…尹 정부 내각 구성 '난항'


국민의힘 측은 민주, 정의당이 무리한 자료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주혜 의원은 "겨울에 산딸기를 따오라는 것처럼 불가능한 자료 제출 요구도 많다"며 "후보자 부친이 지난 1982년, 모친은 1994년 별세했는데 양친의 부동산 거래내역 일체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또 민주, 정의당 요청으로 필요한 자료를 한 후보 측이 제출했다고도 주장했다. 성일종 의원은 민주, 정의당이 배석하지 않은 청문회에서 "김앤장 근무 고용계약서 등 강 의원 측이 요구한 자료를 한 후보자가 제출에 동의하겠다고 전달했다"며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지만 강 의원은 25일과 26일 모두 회의 참석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는 새 정부 출범과 연결돼 있고 이 회의가 순조롭게 이뤄져야 새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며 "새 정부의 새출발을 축복할 수 있도록 청문회를 마쳐달라"고 호소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비에 항의하는 발언을 하는 모습. 오른쪽은 주호영 인사청문특별위원장. 윤창원 기자
이날 파행으로 한 후보자 청문회는 법정 시한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은 요청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 청문 절차를 종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후보자 요청서는 지난 7일 제출돼 26일까지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민주당 측이 요구한 자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자료 검토 등을 이유로 청문회 참석을 거부하면 기한 내 마치지 못할 수 있다.

국민의힘 측은 "역대 총리 인사청문회가 기간 내 종료되지 않은 적이 없다"며 법정기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2015년 이완구 총리 임명 때도 기한을 넘긴 전례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기한을 넘기더라도 충분한 자료로 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총리 인준의 경우 국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의석 수를 고려할 때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선 청문회부터 삐걱거리면서 내각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주를 시작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10여명의 후보자 청문회가 이어진다. 특히 '아빠찬스' 논란이 이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정치적 발언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는 여야 갈등이 극에 도달할 수 있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 놓인 민주당이 향후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벼르고 있는 만큼 여야의 극한 대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재논의를 비롯해 윤석열 당선인의 대표공약인 2차 추경, 그리고 정부조직 개편 등 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 상황에서는 한 후보자 청문회를 쉽게 넘겨 줄 이유가 없다"며 "현재 총리 청문회의 갈등과 함께 여야 검수완박 대치로 인해 다른 상임위에서도 후보 검증 수위를 높이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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