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검찰이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과 공정 파괴에 검찰의 독립적 수사권을 앞세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2019년 조국 법무장관 수사 이후 검찰조직은 결과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 조직이 됐고 전국 검사들은 선거운동원처럼 호응했다.
그 결과, 윤석열 당선인은 검찰을 떠난지 1년 만에 검찰의 수장이 아닌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통령으로 변신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은 당초 윤석열 검찰총장도 찬성했던 사안이다.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의 투쟁 과정에서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면서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비난했다.
퇴임사에서도 검찰수사와 기소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22일 검찰수사권에 대한 여야 합의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 양쪽 모두에서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국민의힘 반발 강도가 훨씬 크다.
이준석 당 대표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총대를 멘 모습이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도 가세했다. 합의안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파기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나흘째 관망모드를 유지중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25일 배현진 대변인을 통해 "당선인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달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윤석열 당선인으로서는 두 명의 측근 사이에 낀 모양새다. 여야 합의안에 서명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죽마고우이자 정치적 스승이다.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자는 윤 당선인의 말대로 '독립운동가'이자 호위무사다.
정치적 상황만 놓고보면 윤석열 당선인은 어느쪽의 팔을 들어줄 수 없는 난감한 처지다.
지금 시점에서 윤 당선인이 고민할 지점은 측근의 처지도 아니고 검찰의 반발도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과 국민이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제 더 이상 검사가 아니고 검찰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고 이끌 행정부 수반이다. 입법부와 사법부를 존중하며 국정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지난 22일 검찰수사권 중재안은 여야가 의원총회까지 열어 추인한 합의안이다.
이를 두고 일부의 반발이 있다고 해서 합의파기나 재논의를 성급하게 거론하는 것은 정치도의에 맞지않고 명분이 없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말대로 여대야소 상황에서 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고육책일 수도 있다.
이번 검찰수사권 합의안이 문제점과 허점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검찰은 4개월 뒤부터 월성원전과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할 수 없고 지방선거 사범도 기소할 때까지 공백이 생긴다.
특히, 정치인들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한 것은 여야 정치인들의 속 보이는 이해충돌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는, 앞으로 여야가 입법과정에서 보완하면 될 일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5일 "선거와 공직자 범죄 수사를 제외한 것은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으로서도 정치인 관련 수사 부분만큼은 재논의를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다.
따라서, 윤석열 당선인이 친정인 검찰의 권한 문제를 놓고 여야 간 논란이 한창인 상황에서 검찰 입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며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단 국회의 논의를 존중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대통령령 등을 통해 개정안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옳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제 더 이상 검찰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검찰수사권 논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