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령' 한동훈發 검수완박 저격…책임론 몰린 권성동 '전전긍긍'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황진환 기자

여야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합의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을 포함한 야권에서 반대 목소리가 분출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합의를 이끈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SNS에 연일 사과성 메시지를 내놓으며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합의안 재검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검수완박 합의한 국민의힘…"협상 패착" "민주당에 출구" 반발 속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치 끝에 가까스로 지난 22일 극적 합의에 성공한 검수완박 법안은 24일 뒤늦게 불이 붙었다. 정작 합의 당일엔 잠잠했지만,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불이 번지는 형국이다.
 
한 후보자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지난 23일 별도 입장문에서 "2020년 개정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서조차 서민보호와 부정부패 대응에 많은 부작용과 허점이 드러났다"며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친상 후 업무에 복귀한 안 위원장도 24일 기자들과 만나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이행 과정 중에서 범죄자들이 숨 쉴 틈을 줘서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우려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박 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수사권 중 '부패·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향후 한국형 FBI에 해당하는 수사기관을 설립, 검찰에 남아 있는 부패·경제 수사권도 해당 기관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양측이 수용한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서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검수완박에 합의한 원내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2019년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강행했을 때 우리당이 끝까지 반대를 했지만 결국 법안은 통과됐고 지금 공수처는 설립됐다"며 "지나고 보니 각종 부작용이 나오면서 우리당의 반대에 명분이 생겼는데, 더 위험한 검수완박 법안을 합의해주면 나중에 무슨 말을 할수 있냐"고 말했다. 율사 출신 한 의원은 통화에서 "내용도 내용이지만 시간적으로도 우리에게 유리한 구도였는데 이렇게 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냐"며 "반대 여론도 컸고, 민주당은 쫓기고 있어서 우리당이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했는데 결국 민주당에게 출구만 열어준 격"이라고 지적했다.
 

뒤늦게 번진 '검수완박 반대'…'소통령' 한동훈 눈치보기?


검수완박 합의안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별개로 당내 반발이 뒤늦게 분출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여야가 합의안을 발표했던 지난 22일 당시만 해도 다소 잠잠했던 국민의힘 내 의원들이 우연찮게 한 후보자의 공개 비판을 계기로 강경 대응에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검찰 시절부터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소통령(小統領)이라 불리는 한 후보자의 공개 메시지가 결국 윤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황진환 기자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일련의 과정을 국민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잘 지켜보고 있다"며 "취임 이후에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만 했다. 검수완박 논란에 직접적 발언은 피하면서, 최측근인 한 후보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드러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논란이 확산되자 권 원내대표는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네 차례에 걸쳐 페이스북에 검수완박 관련 메시지를 올리며 진화에 나선 상태다. 당초 합의 직후엔 과거 패스트트랙 사태를 언급하며 "전략적 협상 없는 투쟁은 악법을 막지 못한다"는 해명에 집중했지만, 이날 오후엔 "실망하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시작하는 등 사과로 무게 추를 옮겼다. 윤 당선인 측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자, 원내 지도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분위기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완수사에 대한 부분이 다 해결됐는데 일부 세력들이 왜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준석 "최고위서 재검토"…의총 추인 뒤집는 부담도


이준석 대표는 오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두 차례 올린 글에서 "이 법안은 추진 이전에 법률가들과 현장 수사인력들을 모시고 공청회부터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다시 협상을 하게 된다면 그 담당자는 압도적인 표로 선출돼 원내전략을 총괄하는 권 원내대표"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

합의안을 재검토하겠다고 표명하는 동시에 추가 협상 당사자를 권 원내대표로 지정하며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듯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권 원내대표를 향한 압박 공세에 합류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재검토 입장을 SNS에 공개하기 전에 '검수완박 합의 반대' 입장을 표명한 한 후보자와 별도 연락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것도 압박 공세 쪽에 힘을 실었다는 정황 중 하나로 꼽힌다.

인수위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중재안을 파기하게 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몰릴 수 밖에 없다"며 "결국 합의 당사자인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여야 합의 당시 열린 의총에선 잠잠했던 의원들이 한동훈 후보자가 나선 이후에 우르르 몰려가는 것도 문제"라며 "반대하고 뒤집으려면 합의 당일에 처리했어야 하는데, 의원들 스스로 자신들이 결정했던 것을 뒤집는 딜레마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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