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5~26일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자료 제출 미흡을 이유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인사청문 정국이 열리기도 전에 공세가 시작되자 국민의힘도 발목잡기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팽팽히 맞섰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과 26일 이틀 동안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 표결이 필수적인 만큼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의 가늠자가 될 수 있는 청문회지만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전날 브리핑을 열고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 후보자 측에 재산형성 과정, 김앤장에서의 업무 내용, 배우자의 미술품 판매 내역 등 자료를 요구했지만 개인정보,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이들은 국민의힘 측에서 일정 연기를 수용하지 않으면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밀리지 않았다. 허은아 대변인은 즉시 브리핑을 열고 "국민과 국익을 바라보며 인사청문회 준비를 충실히 해야지 갑자기 전날 몽니를 부리며 후보자가 부적격인 양 정치적 꼼수만 부린다"며 "인사청문회야말로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의 책무를 다하는 시작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의 보이콧 도발에 대해서도 일단은 청문회를 열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청문위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법이 정한 청문기한을 준수해야 한다"며 "한 후보자의 인청 요청안이 4월7일 제출됐으므로 국회는 오는 26일까지 청문회를 마쳐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은 요청안 제출 날로부터 20일 이내 청문절차를 종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측이 이같이 맞서다보니 이날 한 후보자 청문회는 민주당 불참으로 파행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벌써부터 샅바를 강하게 틀어쥐는 이유는 곧 시작되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강하게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로 보인다. 정권 교체로 공격과 수비 자리가 바뀐 처지에 6.1 지방선거가 코 앞인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 내부에서 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단단히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거대 야당으로서 민주당이 존재감을 드러내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를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적 이슈에 매몰될 경우 지나친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계 목소리도 들린다.
한편 오는 28일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9일에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다음달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4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뜨거운 감자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한동훈 법무부장관 청문회도 조만간 날짜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아들, 딸 경북대 입학 과정에 '아빠찬스' 의혹이 제기된 정 후보자를 비롯해 후보자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자녀가 입시와 병역, 취업 등에서 혜택을 본 경우와 본인의 경력을 배경으로 수입을 올린 사례가 상당수라, 한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향후 청문회 정국은 소용돌이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