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은 정치권에서도 상징적인 숫자다. 정권 '첫 100일'은 국민들에게 정권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엔 충분한 기간이다. 그전엔 '첫 100일'의 밑그림을 구성하는 인수위원회 기간이 있다. 그렇다면 성공한 인수위와 '첫 100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치열한 대선을 치르고 인수위 기간을 거치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권, 그중에서도 윤석열 당선인 측이 꼭 참고할 만한 책이 나왔다. 두 번의 민주 정권 청와대에서 일하고, 현재는 전략컨설팅 회사 '플랫폼 9 ¾'를 이끌고 있는 유민영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이 쓴 책 <바이든의 첫 100일>(글항아리)이다. 역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인숙 이사와,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공부한 김민하 연구원이 함께했다.
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수위 기간과 첫 100일을 평가하면서 여러 시사점을 제공한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는 여러 위기를 겪고 있지만, 임기 초반에는 코로나19 위기 속 미국을 빠르게 진정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 전부터 준비해 추진력있는 인수위를 구성하고, 전 세계에 울림을 주는 취임식 치렀으며, 첫 100일에 코로나19 극복과 보건복지, 기후변화 등의 주요 이슈에 집중하며 트럼프 시대를 지워냈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어도, 바이든이 첫 100일에 보여준 노련함과 주도면밀함, 추진력은 어느 정부든 참고할 만 하다.
책은 '첫 100일'이 정권을 좌우한다는 레토릭이 미국 정가에 번지게 된 근원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100일 플랜'을 통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미국을 대공황의 위기에서 건져올린 데에서 기원했다.
첫 100일을 성공하는 비결은 바로 인수위에 있고, 그 인수위도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인사'도 핵심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오바마 정권 시절 노련한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면서도 첫 흑인 부통령(카멀라 해리스), 첫 흑인 국방부 장관(로이드 오스틴), 첫 성소수자 장관 (피트 부티지지) 등의 상징적 1호 인사도 놓치지 않았다. 친화력을 바탕으로 야당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바이든은 취임 2주만에 백악관에서 공화당 중도파 의원 10여명과 마주앉아 코로나19 구제안을 논의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당선인은 취임 100일 위한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인수위 기간이 벌써 마무리 돼 가지만, 윤석열이 바라는 대한민국 5년에 대한 밑그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저자들은 국내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런 면에서 많은 충고와 팁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제라도 가장 귀기울여야할 부분은 '소통'으로 보인다. 어느 순간 참모들 뒤에 가려 윤 당선인의 진짜 목소리를 듣기 어렵게 된 상황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떠오른다.
미국의 모범적인 인수위로 꼽히는 버락 오바마 인수위 당시에 오바마가 당선인 신분으로 매일같이 기자회견을 하며, 인선 배경을 설득하고 새정부 정책과 국정 운영 방향을 직접 홍보했던 사례도 나온다. [커뮤니케이션은 책무다] 라는 챕터에서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은 가욋일이 아니라 책무다. 국민의 이해와 신뢰를 얻는 힘은 메시지를 반복하는 데서 나온다. 리더가 목표와 할 일을 반복해 말하는 것은 일관성, 신념, 진정성을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