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악몽 잊었나…여전히 한라산 곳곳 담배 연기 폴폴

5년간 흡연 328건, 올해도 3달 만에 21건 적발

산불로 까맣게 탄 한라산. 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2년 4월 24일 오전 11시 52분께.

제주 한라산국립공원 내 해발 1천450m 사제비오름 인근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불과 이틀여 전 한라산 일대에 600㎜ 이상 폭우가 내려 수목과 땅이 많은 습기를 머금고 있었음에도 불길은 초속 12m 강한 바람을 타고 금세 주변으로 번졌다.

불은 임야 2㏊를 태우고 약 2시간 만에 겨우 진압됐다. 당시 한라산 산불은 1988년 11월 한라산 사라오름 남쪽 7㏊를 태운 화재 이후 24년 만에 난 것이었다.

10년 전 악몽 잊었나…여전히 국립공원 곳곳 담배 연기 폴폴


소방당국은 당시 화재의 원인을 담뱃불 부주의로 추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라산 곳곳에서는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다.

23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한라산국립공원에서 적발된 자연공원법 위반 행위 중 흡연은 2017년 48건, 2018년 76건, 2019년 117건, 2020년 55건, 2021년 32건 등 5년간 328건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석 달 새 21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흡연 외에도 야영, 취사 행위 등이 적발되기도 한다.

야영은 2019년 6건, 2020년 1건, 2021년 6건 적발됐고 취사 행위도 2019년 4건, 2020년 1건 적발됐다.

한라산 털진달래 군락지와 영실, 아흔아홉골 등 일부 지역에서는 무속 행위가 행해지기도 한다. 기운이 좋다며 전국 각지의 무속인들이 한라산을 찾는 것이다.

이런 무속 행위는 탐방로를 벗어난 출입 금지 구역에서 이뤄지는 데다가 촛불을 켜놓고 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층식생은 대부분 복원…산불 피해지서 구상나무 복원 연구도 진행


사제비동산 일대는 10년 전 산불로 큰 식생 피해를 봤다. 아직도 검게 그을린 고사목이 남아있어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전해준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가 2012~2013년 산불 피해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식생 피해 면적은 2.09㏊였다.

하층식생은 산불 발생 50여 일 만에 제주조릿대에 의해 복원됐지만, 수목 상당수가 불타거나 그을음 피해로 고사했다.

피해 수목은 1천226그루로 파악됐다. 이 중 924그루는 완전 고사했고, 나머지는 줄기 등에 일부 피해를 봤다.

산불 직후인 2012년 5월에는 수목 838그루가 전소된 것으로 조사됐으나 2013년 5월 다시 조사해보니 줄기 등에 피해를 봤던 수목 중 86그루가 추가로 고사했다.

사제비동산 일대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구상나무 복원을 위해 묘목을 시험 심어 모니터링하는 연구가 이뤄지기도 했다.

사제비동산 일대는 소나무, 제주조릿대, 억새 등 온대성 식물과 아고산대 수종인 구상나무 서식지가 중첩돼 상호 경쟁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2012년 산불로 이 일대에 잔존하던 구상나무가 대부분 고사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사제비동산 산불 피해지를 한라산 구상나무 자생지 식생 복원 연구지 중 한 곳으로 정했다.

연구부는 2019년 이 일대에 구상나무 묘목 1천 그루를 심어 이후 생육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2020년까지 연구 결과 사제비동산 일대에 심은 1천 그루 중 82그루가 주변 식생 또는 동물(노루) 피해 등으로 고사해 91.8%의 생존율을 보였다.

5월 15일까지 산불 조심 기간…감시태세 강화


건조한 봄철 강원도와 경상도 등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산불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봄철 산불 조심 기간(2월 1일~5월 15일) 산불방지대책본부 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산불 취약지와 탐방로에 산불 감시원 5명을 배치했으며, 산불 예방을 위한 순찰과 계도도 강화했다.

한라산 고지대 7곳(만세동산, 장구목, 방아오름, 알방아오름, 사라오름, 성판악 1870고지, 세오름)에 설치된 최첨단 열화상 산불 감시 카메라,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실시간 동영상 제공을 위해 마련된 무인 카메라를 통해 산불을 감시하고 있다.

탐방로와 관리사무실 등에 등짐펌프, 개인 진화 장비 세트 등 산불 진화 장비 12종 847점을 배치했으며 국립공원 내 곳곳에 산불 조심 홍보물도 게시했다.

무단 입산이나 공원 내 흡연행위,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의 취사 행위 등에는 과태료 부과 등 단속도 벌이고 있다.

현윤석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산행 시 인화물질을 가지고 가거나 담배를 피우는 행위 등 산불 발생 요인을 사전에 차단해 단 한 건의 산불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며 탐방객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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