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를 주제로 내년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94일 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등지에서 펼쳐진다.
(재)광주비엔날레는 4월 20일 오후 7시 30분(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비롯해서 국내외 주요 미술계 인사 60여 명이 참석해 해외 홍보 설명회를 열고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주제를 발표했다.
14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세상에서는 물이 가장 유약하지만, 공력이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라는 의미의 도덕경 78장 '유약어수'(柔弱於水)에서 차용했다. 즉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은유이자 원동력, 방법으로 삼고 이를 통해 지구를 저항,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한다.
이숙경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 주제의 배경에 대해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에 주목함으로써 개인과 집단에 깊이 침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에 나름의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예술의 가치를 탐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숙경 예술감독은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지구적 이슈를 하나의 '엉킴(entanglement)'으로 보고, 지구와 인류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문제가 필요로 하는 공통된 행성적 관점에 주목하여 우리가 당면한 위기와 그에 상응하는 예술적 실천에 접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도시 광주를 다원성을 내포하는 '광주 정신'의 기원이자 근원으로 삼는다. 광주를 하나의 패러다임, 인식론의 틀로 본다는 것은 세계를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분법적 구조에서 벗어나 시공간에 걸쳐 분산된 교차와 연계의 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이와 함께 서예, 수묵화, 판소리, 칠기를 비롯해 기타 예술 및 공예의 전통에 바탕을 둔 '예향'이라는 광주의 역사적 정체성에도 주목한다. 광주의 예술적, 문화적 뿌리에서 영감을 얻어 일견 동떨어져 있거나 상이해 보이는 것 가운데에서 초문화적 유사성을 찾아보면서 우리라는 틀을 넘는 연결적이고 행성적인 관점을 드러내며, 지정학적 경계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전통과 문화 사이의 가변적인 연결성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이숙경 예술감독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근대주의, 서구의 식민주의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지식 체계를 비평적으로 재평가하고, 각각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에 뿌리를 둔 대안적 지식 구조의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며 "동시에 차이를 존중하며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유사성 뿐만 아니라 개별성 안에 내재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이날 인사말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광주비엔날레로서 더욱 사명감을 지니고 광주비엔날레 만의 차별화된 담론을 발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해외 홍보 설명회에는 후르 알 콰시미(Hoor Al Qasimi) 샤르자 아트 파운데이션 대표이사, 우테 메타 바우어(Ute Meta Bauer) NTU 현대미술센터 디렉터, 힐데 티어링크 (Hilde Teerlinck) 한 네프켄스 파운데이션 디렉터 국내외 미술계 관계자 60여 명이 대거 참석하면서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네트워크와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