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토론' 부장검사 대표회의 "박탈되는 건 檢 수사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부장검사 대표회의 9시간여 만에 종료. 연합뉴스
전국 부장검사 대표 69명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내용과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반대를 표명했다. 중간 간부인 이들은 내부 점검과 함께 국민의 감시를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국 부장검사 대표 회의는 20일 오후 7시부터 21일 새벽 4시까지 9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한 끝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부장검사들은 우선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검찰 업무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중간간부들로서, 오랜 기간 지속된 '검찰 개혁' 논의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소위 '검수완박' 문제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검찰이 그동안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 국민들의 신뢰를 온전히 얻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했다"고 밝혔다.

부장검사들은 "평검사 대표회의에서 평검사들은 검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들이 중대범죄의 수사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외부적 통제 장치, 내부적 견제를 위한 정례적인 평검사 대표회의' 등을 제안했다"면서 "충정어린 제안에 적극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들도 수사 개시와 종결에 이르기까지 내부 점검과 국민의 감시를 철저히 받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해 대검에 건의할 계획"이라면서 "검사장 회의에서 제시한 국회 특위가 구성되면 국민에게 더 좋은 형사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서는 "그 내용과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부장검사들은 "먼저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음주사고, 폭행, 사기, 성폭력 등 민생사건에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단계적 점검 시스템이 사라져 피해자의 권리 구제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검사가 주로 담당했던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등 구조적 비리에 대해서는 메꿀 수 없는 수사 공백이 발생해 거악이 활개치고 다닐 것이고, 대형참사 사건에서 검경 합동수사도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법안 내용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부장검사들은 "법안의 내용이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한하고, 사법통제를 무력화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경찰이 죄가 없다고 결정하면 피해자로서는 검사에게 호소할 방법조차 없어 헌법상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도 침해된다"고 했다. 입법 절차도 문제로 꼽았다. 이들은 "172석의 다수당이 법안 발의 후 2~3주 만에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며 "형사 절차에 관한 기본법을 사실상 전면 개정하면서도 청문회, 공청회 등 숙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있으며 다수의 일방적인 입법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의 안건조정제도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형해화하고 있는 점도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검수완박' 법안 입법과 관련한 의견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러면서 검찰총장과 고위 간부들에게 "형사사법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했다. "검수완박법은 범죄방치법으로, 박탈되는 것은 검찰의 수사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라면서 "범죄수사와 재판 실무 현장은 큰 혼란을 감내해야 하고 이는 오롯이 국민들의 고통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국회의원에게도 "이 사안의 역사적 의미와 헌정사에 끼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판단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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