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 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전 감사원장 별세

100건 넘는 시국 사건 변호…1세대 인권 변호사
김대중 정부 감사원장, 노무현 정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역임

한승헌 변호사. 자료사진
동백림 간첩단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군사정권 시절 수많은 양심수와 시국 사범을 변호했던 '시국 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88세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한 변호사는 이날 오후 9시쯤 작고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한 변호사는 1957년 제 8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뒤 법무관을 거쳐 1960년 법무부·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고인은 특히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인권변호사로서 여러 시국 사건의 변호를 맡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했다. 민청학련, 동백림 간첩단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 사건 등을 변론해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꼽힌다. 한 변호사가 변호한 시국 사건만 100건이 넘는다. 처음으로 맡은 시국 사건은 1967년 남정현 작가의 '분지' 필화 사건이다.

시국 사건 변호 뿐 아니라 실제로 고인이 구속되기도 했다. 1975년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 당한 고(故)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 '어떤 조사(弔辭)'를 썼다는 이유에서다. 구속 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지만 재심 끝에 2017년 무죄 판결을 선고 받았다. 1980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혐의를 인정하라는 강요와 함께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1988년 민변 창립을 주도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 때인 1998~1998년 감사원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는 사법제도 개혁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리인단에 소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는 선거 캠프 통합정부 자문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한승헌 변호사 책 <그분을 생각한다>
시를 쓰는 변호사이기도 했다. 고인은 1961년 시집 '인간 귀향'을 발간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1967년에는 시집 '노숙'을 발간했다. 2016년에는 세 번째 시집 '하얀 목소리'를 발표했다. 시집 이외에도 변호사로서 겪은 일에 대한 저술도 이어갔다. 2009년 자신이 맡았던 시국사건들을 술회한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을 펴냈고, 2013년에는 에세이 모음집 '피고인이 된 변호사'를 냈다. 그는 "변호사에게는 역사의 기록자로서도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고인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하고 사법 개혁과 사법부의 탈권위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