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시즌 KBO 리그에서는 초반 투고타저 현상이 눈에 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큰 영향을 끼친 게 확실하다. 여기에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능력이 좋은 투수가 많이 생긴 것 같다. 특히 성장한 젊은 투수들이 많아졌다"는 의견을 더했다.
10개 구단 중 19일까지 나란히 시즌 두자릿수 승리를 챙긴 팀은 SSG 랜더스,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등 세 팀이다. 이들은 팀 평균자책점 그리고 팀 장타율 부문에서 모두 1~3위권을 형성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 팀이 투고타저 현상을 리드하고 있다. 투수들이 힘을 내는 시즌 초반 흐름에서 각 팀은 출루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9이닝당 리그 평균 볼넷은 지난해 4.19개에서 올해 3.21개로 줄었다. 더불어 리그 출루율은 0.337로 지난해 기록(0.346)보다 줄었다. 다만 아직 표본이 충분히 쌓이지는 않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는 '한방'의 가치가 높아진다. 주자를 단숨에 득점권에 보내고 직접 득점까지 노릴 수 있는 장타 생산 능력은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거포의 진가는 2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kt 거포 박병호는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LG 선발 애덤 플럿코가 던진 시속 144.4km 초구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양팀이 1회에 1점씩 주고받은 이후 팽팽하던 균형을 깨는 대포 한방이었다.
계속된 7회초 1사에서 kt 안방마님 장성우 역시 플럿코의 직구를 공략해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류지현 LG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은 에이스 플럿코가 선발투수이기 때문에 포지션을 우선으로 라인업을 정했다"고 말했다. 수비력을 감안한 라인업을 구성했다는 의미인데 단숨에 내외야를 뚫고 담장을 넘긴 kt의 대포 2방에 힘을 잃었다.
kt는 LG를 5대3으로 누르고 주중 3연전 첫 2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박병호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박병호는 1회초 2사 3루에서 깨끗한 중전안타로 팀의 선취점을 만들었다. 7회초 결승포를 쏘아올린 박병호는 kt가 4대1로 앞선 8회초 쐐기 적시타를 추가했다.
4타수 3안타(1홈런) 1득점 3타점 만점 활약이었다.
박병호의 방망이는 주중 3연전 첫 날 경기에서도 불을 뿜었다. 팽팽하던 5회초 2타점 적시타를 때려 kt의 5득점 '빅이닝' 달성에 기여했다.
박병호의 이날 홈런은 개인 시즌 3호 기록이다. 지난 7일 수원 SSG 랜더스전 이후 9경기 만에 다시 짜릿한 손맛을 봤다.
kt는 지난 비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간판 박병호를 전격 영입했다. 3년 총액 30억원의 조건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만 36세의 베테랑으로 홈런왕 시절의 위압감은 다소 떨어졌어도 지난 2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리며 건재한 기량을 과시했다.
시즌 초반 잠시 슬럼프를 겪었던 박병호는 최근 4경기 연속 안타를 때렸고 이틀 연속 중심타자의 역할을 100% 해냈다. 게다가 잠잠하던 대포도 다시 예열 단계에 진입했다. 저조한 득점권 타율에 고전하던 kt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투고타저 시대에 그의 검증된 장타 생산력은 팀에 무척 귀하다.
LG는 8회말 리오 루이즈의 2루타, 서건창의 홈런 등 장타 2방으로 2점을 만회했다. 하지만 더 이상 점수차를 좁히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