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우리의 독도를 일본 이름인 '다케시마'나 영유권 분쟁이 연상되는 '리앙쿠르'로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해에 대해서도 '일본해' 명칭을 단독 사용하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힘겨운 전쟁 상황임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요청대로 수도 '키이우' 등의 지명을 일괄 변경하며 적극 지지해온 우리 측 호의가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20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우크라이나 교육 플랫폼 웹사이트인 vseosvita.ua는 10학년 지리 과목 일본 편에 수록된 지도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동해는 일본해로 표기했다.
뿐만 아니라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 국경선을 뜻하는 점선까지 그어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더욱 명확히 했다.
이 사이트는 "독립적인 미디어로서 우리가 게시하는 자료는 항상 시의적절하고 객관적이며 검증된 것"이라고 자체 소개하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 전문가는 민간 사이트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의 '교육과정 사용 승인' 표시가 있는데다 등록 사용자가 213만명이 넘는 점으로 볼 때 상당한 공신력과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앙쿠르는 독도의 존재를 서양에 처음 알린 프랑스 선박의 이름을 딴 것으로 그나마 중립적인 표현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도를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 영토로 보고있는 우리 입장에선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처사임은 마찬가지이다.
리앙쿠르라는 제3자적 시각은 독도가 영유권 분쟁 상태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에서 통용되는 모든 지도의 독도 표기가 문제가 있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따라서 CBS노컷뉴스는 지난 11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독도 표기 방식에 대한 공식 입장과 함께, 독도가 한국 이름으로 표기된 사례를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1주일 넘게 합당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대사관 측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국경선 범위 안에서 모든 국가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우크라이나 측의 태도는 우리 언론 등이 지난 달 초 키이우와 하르키우 등의 주요 지명을 기존 러시아식에서 우크라이나식으로 전격 변경해준 것과 사뭇 다르다.
이는 전쟁 발발 1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대사관 측 요청을 즉각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대사는 한국 측의 놀랍도록 빠른 호응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일각에선 일제 강점기 시절 국권은 물론 말과 글을 잃어버렸던 과거를 소환하며 전폭적 지지와 연대를 촉구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까지 감수한 동병상련의 발로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후 대통령과 외교, 국방장관이 수시로 전화나 국회 화상연설 등을 통해 한국 정부의 지원과 심지어 무기 공여를 요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비록 전쟁 중이긴 하나 인터넷 등을 통한 주요 행정 기능은 큰 지장 없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대사관 차원에서 주재국 내 민감한 여론에 반응할 시간마저 없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측의 무신경한 처사는 한국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만큼이나 우리의 독도 영유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