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단독]한덕수 처가, 청계천 땅 팔아 50억 차익…매수자는 MB특보 ② [노컷체크]한덕수 처가 50억 부동산 차익, 이미 검증받았다? ③ [단독]처가 땅 고가 매입후 싱가포르서 5천억 투자…FTA 실무자는 한덕수 (계속) |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처가 땅을 시세보다 높게 사들였던 시행사가 매수 직후 싱가포르 국영 투자사로부터 5000억원대 선매매 계약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싱가포르 자본의 유입은 당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는데, 이때 우리 정부에서 최종 협정 작업을 매듭지은 실무자 중 한명이 바로 한 후보자였다. 처가 땅의 고가(高價) 매수가 싱가포르 자본을 견인한데 따른 대가는 아닌지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고가 매수 7개월 뒤 싱가포르 자본 유입
20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처가로부터 서울 중구 장교동 땅을 매입한 강호AMC(舊 파크AMC)는 2007년 9월 싱가포르 국영 부동산 투자회사인 '아센다스'가 조성한 사모펀드와 선매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장교동 부지에 업무용 복합 건물을 신축하면 아센다스가 이를 5142억2600만원에 매입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강호AMC가 한 후보자 처가 땅을 공시지가의 4.3배, 주변 토지의 거래가보다 2배 이상 비싸게 사들인지 7개월 만의 일이었다.
당시 매출 1억7천만원에, 당기 순손실만 254억원을 기록한 '무명' 시행사인 강호AMC에게 싱가포르 거대 자본의 투입은 파격적인 제안으로 평가받았다. 부실한 재무구조 탓에 사업 좌초를 우려하는 업계의 시선도 싱가포르 자본 덕에 잠재웠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장교동 개발의 시공사로 나선 두산중공업 역시 "강호AMC에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더라도 아센다스에 시설을 매각한 상태라 사업 진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강호AMC는 장교동 개발에서 확보한 5000억원대 싱가포르 자본을 매개로 서울 힐튼호텔 인수에까지 뛰어드는 등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韓 주재 싱가포르 FTA가 결정적 역할
이처럼 강호AMC의 숨통을 터준 아센다스의 투자는 당시 수년에 걸쳐 공들여온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싱가포르의 FTA 체결이 아센다스 자본을 끌어오는 기폭제가 됐는데, 양국 사이 FTA 협정에서 우리 정부 측 실무자 가운데 한 명이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인 한 후보자였다.
한 후보자는 싱가포르와 FTA 협정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2005년 3월 최종 협정문안의 법률 검토 등 후속 작업을 주재하며 이듬해 3월 FTA가 실제로 발효될 때까지 관여했다.
아센다스의 한국 투자 유치도 이 시기와 맞물려 본격화했다. 우리 정부는 2005년 10월 제8차 세계화상(華商·중국계 기업)대회를 열고 아센다스로부터 국내 부동산 개발 등에 5년간 5억달러를 투자받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싱가포르와의 FTA가 발효된 이후인 2006년 8월에는 우리 정부가 직접 투자유치단을 싱가포르에 파견해 한국투자환경설명회도 열었다. 해당 설명회에는 아센다스도 참석했다. 당시 정부는 FTA 발효를 계기로 국내 투자 기회가 확대됐다고 피력하며, 특히 아센다스를 상대로는 화상대회 당시 맺은 투자 MOU의 조속한 실행을 권유했다.
처가 땅 매각 전후 잇따른 호재
한 후보자의 처가가 1992년 상속받아 장기간 보유해온 장교동 일대 땅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시점도 이때다. 한 후보자는 2007년 3월 국무총리로 지명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처가 땅은) 2006년 8월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소유권을 이전한 실제 매매는 2007년 2월 28일에 이뤄졌는데, 직전인 2월 14일 서울시는 강호AMC가 시행을 계획한 장교동 일대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같은해 7월에는 해당 구역을 사업성이 큰 업무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주고, 높이 제한도 70m에서 90m로 완화했다.
강호AMC의 잇따른 호재는 두달 뒤인 9월 아센다스로부터 5000억원대 선매매 계약을 끌어오면서 정점을 찍었다. 한 후보자는 전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주미대사로 부임해 줄곧 해외에 있어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대부분 그가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일어난 일들이었다.
고가 매수, 사업 조력 대가였나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해오던 강호AMC는 2009년 5월 돌연 장교동 개발에서 손을 뗐다. 강호AMC는 당시 감사보고서에 "자금조달 부족으로 아센다스와의 사업계약이 해지됐다"고만 짧게 적었다.외견상 사업 실패로 보이지만, 강호AMC는 5000억원대 선매매에 따라 아센다스로부터 수령한 계약금 약 500억원 가운데 52억원 상당을 분양수입으로 남겼다. 장교동 용지를 처분하면서 거둔 이익은 490억원에 달했다. 장교동 사업 이전인 2006년말 기준 자본총계 약 5억4800만원에 불과했던 강호AMC로서는 2년여 만에 자기 몸집 100배 이상의 큰 수확을 얻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강호AMC의 주요 사업 국면마다 활로를 터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결정에 적잖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강호AMC의 사업 확장에 싱가포르 자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분명해 보인다"며 "당시 고위 관료였던 한 후보자가 아센다스 자본 유치를 대가로 강호AMC에서 처가 땅을 시세보다 고가에 사들이게 했다면 형사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혹에 한 후보자 측은 "처가 땅의 매매에 관여한 바 없고 진행 과정도 알지 못한다"며 "한 후보자 본인은 (장교동 개발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배우자가 상속받거나 하는 등의 자산들이 있어 재산이 좀더 많아진 것일 뿐이지, 투기나 문제가 될 자금 등 고위공직자로서 구설에 오를 만한 건 일절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