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민생정책', 김은혜 의원은 '반(反)이재명'에 방점을 찍으며 세 차례에 걸친 경기지사 경선후보 TV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유 전 의원이 정책통 이미지와 기존 경기도정에 대한 선택적 계승 의지로 중도층 흡수를 노린 반면, 김 의원은 강경한 이재명 저격수 이미지를 고수해 보수결집 전략을 펼쳤다는 해석이다.
유승민 '정책통·포용성' 강조, 중도·청년층에 호소
19일 국민의힘 3차 경기지사 경선후보 토론이 완료된 가운데, 이번 토론을 거치면서 두 후보는 지지호소 대상과 전략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유 전 의원은 토론 내내 '23년 갈고닦은 정치적 역량'을 내세워 자신의 민생정책 구상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대사를 인용해 경기도민들의 애환을 파고들었다.
유 전 의원은 "드라마(나의 해방일지)에 서울은 노른자, 경기는 흰자라는 가슴 아픈 대사가 등장했다"며 "도민의 자존심,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쌓아온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도민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도록 정치인으로서의 마지막 봉사를 경기도에서 할 것"이라며 거듭 '생활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키워드는 '경제와 안보'였다.
대북 접경지대와 상수원보호구역 등 소외지역의 과도한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 경기도의 자족기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또 자신이 공약한 거점별 재택근무 공간을 조성하는 스마트워크센터에 대해서는 효용성에 한계가 있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공공기관, 기업이 다 좋다고 추천하는 사업을 정책적으로 승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맞받아치며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수원과 화성 동탄 주민들이 소음과 고도제한에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수원 군공항 이전을 도내 최대 현안으로 꼽으며, 김 의원이 복안을 갖고 있는지를 파고들었다.
과거 국회 국방위원 시절 '군공항 이전 지원 특별법' 제정 경험을 들어 "군사 안보 측면에서도 필수사업이라는 인식으로 이전지에 패키지 인센티브를 제시하면 해결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이전지역 주민 반대를 무시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한 김 의원을 상대로 "도지사가 반드시 해결해야 될 문제인데 답을 안 줘서 다시 묻는 것이다"라며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른바 기본 시리즈로 불리는 이재명표 복지사업과 관련해서는 청년플러스통장 등 '더 어려운 사람을 더 많이 지원'하는 공정소득, 선별복지 철학에 기반한 대개혁을 예고했다.
다만 공공산후조리원과 지역화폐 등 일부 유효한 정책은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청년·농민·예술인 등 기존 수혜자에 대한 충분한 설득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며 포용적 태도를 취했다.
지난 대선 도내에서 이 전 지사의 득표가 윤석열 당선인보다 앞선 점을 감안, 유 전 의원이 대승적 관점에서 중도·부동층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마지막 토론에서도 그는 "대선에서 전라도 다음으로 크게 진 곳인 경기도는 중도와 청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본선에서 이길 유일한 후보는 저뿐"이라고 강점을 내세웠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차별화된 경쟁력과 중량감을 어필하려는 것"이라며 "자신의 지지층인 보수와 중도의 접점을 파고들어 본선에서의 시너지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은혜 '李 공격' 보수집결…'정권교체 완성' 방점
반면 김은혜 의원은 이재명 때리기에 포화를 집중하며 정권교체 완성을 위한 '경기도 뒤집기' 전략에 집중했다.
토론 첫 날부터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이재명과 민주당 시대를 끝내는 선거가 돼야 한다"며 토론의 주된 공격 대상으로 유 전 의원이 아닌 이 전 지사를 겨냥한 것.
무엇보다 "이 전 지사 중심의 부패사슬과 기득권 카르텔을 깨야 한다"며 지난 대선 최전방 공격수 출신답게 또다시 이재명 관련 의혹들을 소환했다.
그는 "경기도 전역에서 대장동과 유사한 개발사업이 벌어져 막대한 개발이익이 소수에게 돌아갔다"며 "도지사에 당선된다면 이런 부당이득을 반드시 환수하겠다"고 힘을 줬다.
이후 토론에서도 김 의원은 "어떻게 되치기 공격을 하는지 링에 서 본 사람만 할 수 있다"며 "대장동, 백현동, 성남FC, 법인카드 등 권력사유화에 맞서 싸운 저를 그들이 가장 두려워한다"고 이 전 지사를 향해 날을 세웠다.
또한 이재명표 정책들에 대해서도 사실상 '실패'로 규정하며 비판 영역을 넓혀갔다.
김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지역화폐,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에 대해 좋은 지적을 했다"며 "벌써 2021년에 120억 넘게 들어갔는데, 다 경기도민의 세금"이라고 꼬집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저명한 학자가 한국처럼 경제규모가 큰 나라는 선별적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했다"며 "오히려 기본소득을 핑계로 임금 인하의 명분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도약을 위해 마중물이 필요한 만 19~33세 청년 중 일정 조건에서 역량을 발전시키려 할 때 공정출발지원금으로 월 50만 원을 최소한도로 하면서, 연간 300만 원 지급을 계획하고 있다"며 자못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많은 소상공인들을 만나본 결과 모든 이들에게 살포하는 복지에 반대한다고 했다"며 "상권에 주차장을 증설하거나 관광명소로 만들어주는 게 더 좋은 방안"이라고도 말했다.
3차 토론에서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대해 "법인카드 유용으로 초밥이 간 곳이 GH가 얻은 출장소 같은 옆집이었다"며 "그래놓고 임대주택은 제대로 짓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이는 대선 때 자신의 전략무기였던 이재명 의혹 카드를 다시 꺼내 정권교체의 공신으로서 입지를 다지면서도, 유 전 의원과의 정책 승부 부담까지 덜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끌고 가야 경선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동시에 윤심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녹여내는 전략으로도 보인다"고 해석했다.
국힘, 경선투표 거쳐 '22일 최종 후보' 확정
지난 12일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경선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당내 경기지사 공천 경쟁은 김은혜, 유승민 2파전으로 압축됐다.
국민의힘은 20~21일 경선 투표(책임당원 의견 50%·도민 여론조사 50%)를 거쳐 22일 오전 최종 후보를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5선의 안민석·조정식 국회의원과 3선의 염태영 전 수원특례시장, 이재명 대선후보와 단일화했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경기지사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권리당원 50%, 안심번호 선거인단 50%가 반영되는 국민참여 경선룰을 정했다. 1차 경선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권자(1143만여 명)가 가장 많은 데다, 전직 지사들이 재직 당시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면서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이자 대권가도를 향한 교두보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