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장 "'검수완박' 하면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 주장

이원석 지검장 기자 간담회 자처하고 우려 표해
"검찰 수사 공정성 지적 뼈아프게 생각…개선할 것"

이원석 제주지검장 기자 간담회 모습. 고상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움직임에 검찰이 반발하는 가운데 이원석(53‧사법연수원 27기) 제주지검장도 이례적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우려를 표했다.
 
이원석 지검장은 19일 오후 제주지방검찰청 청사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제출된 법안대로라면 검찰은 부패, 공직비리, 경제, 선거, 방위사업, 선거 등 6대 중요범죄는 물론, 전체 99%를 차지하는 민생범죄도 수사할 수 없어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은 "검찰은 약 70년 동안 부패, 공직비리 등 중요범죄를 수사해온 경험과 역량이 있다. 특히 경제범죄는 지능화, 고도화, 조직화돼 있고, 재판에서 증거 수집의 위법 문제가 제기되거나 법리로 다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법안 개정이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지검장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따끔한 지적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저희 검찰이 다 잘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점검을 받고 개선하겠다. 그러나 이 법안처럼 아무런 수사도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그 오랜 기간 축적된 국가수사력을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은 현재 진행 중인 4.3수형인 직권재심에 영향을 줄까봐 우려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은 "4.3수형인 직권재심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수형인 명부를 토대로 희생자 가족관계도 조회해야 하고, 주변인 면담을 해야 한다. 이를 서면으로 옮기는 작업도 필요하다. 검사가 하는 이러한 활동이 수사다. 법안대로라면 이런 과정들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논란과 별개로 현재까지 진행한 것처럼 직권재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사의 송치사건 보완수사 폐지'와 관련해선 이 지검장은 "검사는 오로지 경찰이 보낸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처분을 할 수 없다. 검사 스스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어 경찰을 통해야만 한다면 인권보호나 수사상 적법절차 통제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유능한 경찰이 많지만, 수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누구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검찰을 두어 2중 3중 안전망을 만들어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지검장은 "이번 법안은 70년간 운영돼온 형사사법제도 근간을 바꾸는 것으로 그 어떤 법안보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번 입법 절차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협의 절차나 관계기관의 의견 수렴 등이 생략됐다"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이들 법안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조항,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등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야는 전날(18일) 오후 법사위 소위에서 이들 법안을 상정해 첫 논의를 진행했으나 견해차가 커 평행선을 달렸다. 민주당이 조만간 강행 처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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