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론자 이창용 오늘 청문회…금리인상 시그널 나올까

감당못할 가계부채에는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 필요
"물가 오름세 상당 기간 지속, 적절한 조정 통해 물가 안정 도모"
"DSR 규제가 금리 인상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 억제"
"정부정책 영향 커지면 통화정책 운영에 고려할 필요 있어"
군면제, 론스타 산업자본 판단 등 질의도 쏟아질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황진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경제 상황 관련 현실인식과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시중의 유동성을 통화당국 수장으로서 어떤 방식과 속도로 접근할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高물가 우려, 시중 유동성 잡을 통화당국 '시그널' 중시


지난 3월 말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 직후 내놓은 발언을 살펴보면, 이 후보자는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안정과 지속적 성장, 정부 정책과의 조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통한 물가 안정을 일관적으로 강조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시사했다.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적극적 재정정책과 관련해서는 통화당국과의 상호 정책 조율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후보자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 따르면, 그는 국내 고물가 '빨간불'과 관련해 통화당국의 일관된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뿐 아니라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축소하기 위해 시장에 일관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것.
 
실제로 이 후보자는 지난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 것과 관련해 "위원들이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하게 결정했고,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4일 금통위는 한은 총재가 공석인 상황임에도 시장 예상과 달리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렸다.

이 후보자는 국회 기재위 소속 양경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의에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필요하다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은 셈인 동시에,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0.5%포인트까지 한꺼번에 올리는 일명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늦게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답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 여진 등을 살펴봐야겠지만, 금융시장의 지나친 경색이 자칫 성장동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위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 재정정책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과 엇박자 아냐"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이창용)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처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와 함께 이 후보자는 인플레이션을 부추키는 가계부채를 관리하려면 통화당국의 금리인상 '카드' 외에도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조절 등 정부의 거시건정성 정책도 동반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기재위 소속 김주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한은이 금리 시그널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 부채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를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DSR 규제 등 거시건전성정책 수단의 적절한 활용과 더불어 채무재조정, 개인파산제도의 유효성 제고 등 미시적 정책 대응도 함께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의 DSR 규제와 관련해 "소득에 비해 높은 가계부채는 대내외 충격 발생 시 부실 위험을 키우고 소비둔화 등을 통해 실물경제의 하방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그동안 강화된 DSR 규제가 금리 인상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작지 않음을 감안할 때 DSR처럼 차주의 상환능력에 기반한 대출 원칙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분명히 했다.

새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을 위한 추경과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우대 대출 등은 정부의 정책 사안인 만큼, 현재까지 통화당국의 유동성 완화 속도 조절과 상충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후보자는 "현재 새 정부가 계획하는 대출 규제 조정은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등 실수요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미시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시점에서 통화정책과의 엇박자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미시 조치도 시행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 등 전반적 금융 여건과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그에 따른 영향이 커지게 되면 통화정책 운영에도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자는 필요하다면 정책당국과 통화당국 사이에 시중 유동성 관리를 위해 일부 소통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0일 윤석열 정부 초기 '경제사령탑'으로 지명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민생 안정이다. 현안인 서민 생활 물가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겠다. 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만나는 게 더이상 뉴스가 안 될 정도로 자주 만나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추가 금리인상, 정책 엇박자 해소, 군면제 질의 쏟아질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황진환 기자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한은 수장으로서 향후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이후 금통위가 네 번에 걸쳐 총 1.0%포인트나 금리를 올리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현재의 물가 상황, 금융.경제 현안에 대한 이 후보자의 현실 인식에 대한 질의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새 정부의 코로나19 추경 집행과 인위적 경기부양 등에 따른 유동성 완화 속도 등을 놓고 통화당국 수장으로서 정책 엇박자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송곳 질의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 후보자가 과거 '슬관절인대 재건술' 후유증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실이 병역기피 아닌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 후보자는 십자인대 파열로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관련해서 어떤 진단서도 제출하지 않고 수술 일자나 병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이 후보자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당시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론스타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는지 제때 판단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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