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1 지방선거 강원도지사에서 공천 배제(컷오프)돼 강하게 반발했던 김진태 전 의원이 과거 5.18 등 문제 발언을 사과하고 결국 당내 경선을 치르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가까운 인사들만 공천을 받거나 경선에 포함된다는 '윤심(尹心)' 혹은 '오더정치' 논란도 점입가경 수준이 됐다.
국민의힘 김행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은 1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원도에 김진태 후보와 황상무 후보를 경선에 붙이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김 후보의 대국민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강원도지사 후보 단수 공천한 데 대해 김 전 의원이 단식농성까지 해가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인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결정 번복은 이번 지방선거에 작용하는 '윤심' 논란의 결정판이라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당장 이번 논란이 된 강원도의 경우, 김 전 의원이 여론조사 등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음에도 황 전 앵커가 단수 공천됐는데, 그 배경으로 황 전 앵커와 윤 당선인의 인연이 거론됐다. 황 전 앵커는 지난 대선 기간 중앙선대위 언론전략기획단장을 맡아 윤 당선인의 TV토론을 도왔다.
앞서 울산에서 컷오프된 박맹우 전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인과 홍준표 의원 사이에서 중립을 지킨 것이 공천 탈락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전 의원 측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며 결정 배경에 '윤심'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재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소속 출마했다.
또 충북지사 공천에서는 이혜훈 전 의원이 컷오프된 것은 윤 당선인을 도왔던 김영환 전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대전에서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컷오프된 것은 대선 경선과정에서부터 윤 당선인을 지지해온 이장우·정용기 전 의원을 돕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돈다.
이와 함께 경기지사의 경우, 대선 경선에서 윤 당선인과 날카롭게 대립했던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당선인 대변인으로 일하고 있던 김은혜 의원을 차출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일하던 실무진들이 대거 김 의원의 선거캠프로 옮겨갔다. 윤 당선인 측 인사가 직접 실무진들을 지목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통령이 당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결과를 망친 사태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내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른 당도 아니고 '오더정치' 때문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우리 당에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진박 감별사 논란을 잊었나"라고 말했다. '진박'(진짜친박) 논란이 있었던 박근혜 정부 당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이었던 새누리당이 패배한 바 있다.
윤심 혹은 오더정치 논란을 두고 "언론의 해석(배현진 당선인 대변인)", "심사 기준은 오직 본선경쟁력(정진석 위원장)"이라며 일축하는 입장에 가장 답답한 쪽은 이미 컷오프됐거나 윤 당선인의 측근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예비 후보들이다. 한 예비 후보는 "당심은 오더의 명에 따라 집결할지 모르지만, 민심은 여기에 영향받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고 반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벌써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때가 겹쳐 보인다"며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은 눈에 빤히 보이는 상황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귀를 막았는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내 사람을 챙기기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