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모든 의혹은 근거없다?…석연찮은 정호영 '셀프해명'

14쪽 해명문·23쪽 'Q&A' 자료에도 "부당팩트 없다" 뒷받침 근거 빈약
"딸外 다른 학생도 면접 만점"…해당 지원자는 서류전형·전체점수 '1등'
낙방했던 아들, 2018년도 특별전형 신설 이후 합격…스펙 변화 全無
"아빠 있는 학교라고 아들·딸 다른 곳 보내야 하나" 국민 정서와 괴리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병역비리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앞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호영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딸과 아들이 연이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과연 평가과정이 공정했는지 여부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 '조국사태 시즌2'라는 여론이 확대되면서,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 삼아 차기 대권을 거머쥔 윤 당선인의 도덕성에도 금이 가는 모양새다.
 
정 후보자는 지난 17일 전격 기자회견을 자청해 진화에 나섰지만, 숱한 의혹들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월 17일 정호영 후보자, 관련 의혹 기자회견 해명 中
"단언컨대, 자녀들의 문제에 있어서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한 행위도 없었으며, 가능하지도 않았습니다. 의대 편입이나 병역 처리과정은 최대한 공정성이 담보되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자료로 드러나는 결과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의심할 대목이 없습니다."
 
정 후보자는 지난 2017~2018년 자녀들의 의대 편입과정에서 자신의 배경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단언컨대'라는 표현을 썼다.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또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이 "분명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불필요한 염려를 야기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가 허위와 과장으로 얼룩져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이같은 인식은 그간 향후 청문회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과 달리 갑작스러운 회견을 연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의에 대한 후보자의 답변에서도 읽힌다. 그는 "사실 청문회에서 밝히고 싶었다"며 "이렇게 부산하게 기회를 마련하려 하지 않았지만 부단히 보도자료에 상세한 해명을 해도 기자님들이 그 부분은 무시하셨는지, 빼버리고 의혹만을 계속 보도하시더라"고 토로했다. 자신과 가족은 무고함에도 언론이 무분별한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원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혹이 계속 커지는 것은 정 후보자의 해명이 충분치 못한데 있다. 그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를 졸업한 딸이 의대 편입학 전형 당시 3번의 구술 면접 중 3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은 것을 두고 "그 고사실에 배정되는 교수님들은 추첨으로 배정해서 들어가게 된다""구술평가라 해서 무조건 주관적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심사관이 원하는 답을 학생이 다 말해야 만점이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평가자는 윤리서약을 하고 시험 당일에 '임의배정'되기 때문에 특정 학생과 특정 교수가 만날 확률은 거의 "천문학적인 통계"에 가깝다는 것이 정 후보자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만점을 받은 여러 학생들이 있다"며 당시 '구술평가 위원별 만점 부여현황'을 표로 공개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딸 정모씨가 경북대 의대 편입학전형에 응시할 당시 구술평가 위원별 만점 부여 현황. 정씨는 정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3고사실에서 60점 만점을 받았다. 인사청문준비단 제공

딸 정모씨와 같은 해 편입학전형에 응시한 A씨는 정씨와 달리 1·2 고사실에서 모두 60점 만점을 받았다. 3고사실에서도 심사위원마다 1점씩만을 감점당해 57점을 기록했다. 반면 3고사실을 제외한 정씨의 성적은 1고사실 53점·2고사실 51점에 그쳤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에 따르면, A씨는 1단계 서류전형과 최종 합산점수에서도 전체 1등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민정 의원실이 경북대에서 제출받은 합격자 사정조서 상 '예비후보 5번'으로 합격한 정씨의 총점과 최고총점을 받은 불합격자의 차이는 6.81점밖에 되지 않았다. 정씨가 3고사실에서의 선전으로 당락을 뒤집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정씨의 면접을 본 3고사실 심사위원 3명이 경북대 의대 부학장이었던 박태인 교수 등 모두 정 후보자와 논문을 집필한 전력이 있는 인사들이란 점도 찜찜한 지점이다.
 
편입학 입시에 한차례 낙방했다가 '지역인재 특별전형'이 신설된 이후 보란 듯 붙은 후보자 아들의 경우는 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제출서류에 담긴 아들의 '스펙'은 그대로인데 1년 후 결과가 바뀐 근거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당연히 같은 스펙이었다. 그 사이 객관적 스펙이 달라진 건 전혀 없었다"며 "기자님 지적이 맞다"고 수긍했다. 그러면서 "지역 특별전형은 원래 다른 학교들에 다 있었던 것으로 전국에서 교육부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던 학교가 두 군데 있었는데 그게 경북대와 영남대"라며 "대구시에서 간곡히 요청해서 특별전형이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들에게 경북대 출신이라는 일종의 '프리미엄'이 없었다면 재도전에도 합격을 장담할 수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당시 특별전형으로 들어간 합격자들의 출신대학은 카이스트·포항공대·서울대 등으로 경북대 졸업자는 정 후보자 아들이 유일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병역비리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 후보자는 경북대 교수들에게 자녀들의 지원사실을 발설하지 않았고, 입시 평가가 철저한 '블라인드'로 이뤄졌다고 강조했지만 정황 상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그는 면접관들이 편입학 지원을 몰랐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제 자녀의 입학(지원) 사실을 교수님들께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물론 제 자녀를 보호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 자체가 나중에 큰일 날 일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렇게 하면 분명 소문이 날 거다. 그런 생각을 할 의도조차 없었다"며 일체 청탁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단 점을 조사해 달라고 교육부에 진상 규명을 떠넘겼다.
 
의대 출신이 아닌 학부 졸업생들이 의사가 되기 위해 치르는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 '미트'(MEET)를 만약 보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전체 정원의 30%에 불과한 학사편입에 올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문도 남았다.
 
정 후보자는 관련 질문에 대해 "의전원도 같이 준비했다"면서도 "제가 그 당시 다른 보직을 수행할 때라 애들한테 관심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자녀들이 미트에 응시한 적이 있는 게 맞냐는 확인성 질의에는 "미트를 보지 않는 학교도 꽤 많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전날 회견에서 정 후보자의 입장문 낭독 이후 취재진이 질의한 14개 질문 중 절반은 자녀들의 편입학 관련 의혹이었다. 이는 정 후보자의 말대로 워낙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데다 후보자의 설명과 배표자료가 의혹을 말끔히 해소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당일 후보자 측이 배포한 해명문(14쪽)과 Q&A 설명자료(23쪽)는 총 40쪽에 육박한다.

해명내용 자체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한 후보자의 태도다. 정 후보자는 '아버지가 근무 중인 학교와 병원에서 자녀가 논문을 쓰고 면접에서 합격점을 받아 편입한 것이 국민들의 오해를 살 만한 측면이 있다 생각지 않느냐'는 지적에 "경북대학교가 나름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이고 경북대병원은 학교의 부속병원이기 때문에 선택했을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이어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그 학교에 있다 해서 제가 아들·딸을 꼭 다른 학교에 보내야 된다, 이런 것도…"라며 "기자님께서 헤아려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3년 전 온 나라를 분열시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의 여파가 딸 조민씨의 입학취소 등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단 점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의 무신경함이다. 검찰총장 당시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로 '내로남불'에 대한 무관용(?)을 내세운 윤 당선인 측의 기조와도 당연히 배치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고,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라고 했다. 복지부 장관 직이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첫 관문인 검증에 성실히 응하는 것이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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