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남자 단식 국가대표 전혁진(27·요넥스)이 5년 만에 국제 대회 정상에 올랐다.
전혁진은 17일 광주 광주여자대학교체육관에서 열린 '2022 광주 요넥스코리아 마스터즈 배드민턴선수권대회(슈퍼300)' 남자 단식 결승에서 나라오카 고다이(일본)을 제압했다. 전혁진은 세계 랭킹 995위에 불과했지만 47위의 나라오카를 2 대 0(21-17 21-16)으로 완파했다.
5년 만의 국제 대회 우승이다. 전혁진은 동의대 시절인 2017년에도 코리아마스터즈에서 김민기(상무)를 누르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부상과 방황을 딛고 거둔 우승이라 더 값졌다. 전혁진은 2017년 이후 오른 무릎 부상으로 재활을 하느라 2년을 거의 통째로 쉬었다.
차세대 남자 단식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전혁진이었기에 더 아쉬웠다. 전혁진은 2014년 19살 당시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막내로 단체전 금메달에 일조했고, 이듬해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단식과 혼합단체전 정상, 2017년 코리아마스터즈까지 우승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상에 시달렸고, 전혁진은 소속팀 요넥스에 방출까지 요청했다.
하지만 소속팀의 배려 속에 전혁진은 힘겨운 재활을 이겨냈다. 2020년 7월 제 58회 전국봄철종별배드민턴리그전에서 6전 전승을 거두며 팀의 준우승을 이끌더니 전국여름철종별선수권대회와 전국실업대항선수권대회 개인전 2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혁진은 지난달 막을 내린 '2022 DB그룹 배드민턴 코리안리그'에서 팀 우승과 초대 MVP,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국가대표 선발까지 예전 기량을 찾았다는 평가다.
이날 결승에서도 전혁진은 스피드와 클리어를 앞세운 나라오카를 맞아 흔들리지 않았다.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면서도 사이드와 엔드 라인 깊숙히 찌르는 예리한 공격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우승 뒤 전혁진은 "8강, 4강으로 만족하면서 우승에 큰 욕심을 내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1등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그래도 결승에 오니 이기고 싶어 마음을 비우고 매 순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늘 하던 대로 욕심 부리지 않고 내 것을 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묵묵하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여자 복식에서는 지난해 도쿄올림픽 동메달을 따낸 김소영(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이 후배인 백하나(MG새마을금고)-이유림(삼성생명)을 2 대 0(21-17 21-12)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둘은 코로나19로 지난주 전남 순천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슈퍼 500)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남자 복식에서는 김기정(당진시청)-김사랑(밀양시청)이 중국의 류위천-쉬안이를 2 대 0(21-14 21-16)으로 눌렀다. 김기정-김사랑 역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이번 대회에는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해 건재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