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8번째 봄'…첫 삽도 못 뜬 '4.16생명안전공원'

전남 목포신항에 거친된 세월호 옆에 선체 진입을 위한 워킹타워 2대가 설치돼 있다. 황진환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났지만 희생자 추모를 위한 대표 시설인 '4·16 생명안전공원'은 정치적 이해관계 등에 가로막혀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흩어져 있던 추모공간을 한 데 모으기만을 염원했던 유가족들은 새로 들어설 보수정권이 관련 사업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백지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희생자 위한 '생명안전공원'…8년째 지지부진


4.16 생명안전공원 조감도. 안산시 제공
15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세월호 침몰 이듬해인 지난 2015년 9월 국무회의에서 정부합동 분향소가 있던 화랑유원지에 추모시설을 포함한 '4.16생명안전공원'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시는 '4.16세월호참사 안산시 추모사업 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공원에 희생자들 유골을 안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은 "모두가 이용하는 유원지를 납골당으로 둔갑시키려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사업은 2018년 지방선거가 열리기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놓였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촛불 정국에 밀려났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바른미래당 소속 정치인들과 보수단체까지 반발하고 나서면서,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당시 시의원으로 출마했던 바른미래당 이혜경 후보는 선거공고물에 "집 안의 강아지가 죽어도 마당에는 묻지 않잖아요?"라는 내용을 적어 유가족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민근 자유한국당 안산시장 후보도 "화랑유원지에 봉안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안산을 우울한 도시로 영원히 못 박는 행위"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고 이재욱군(단원고 2학년 8반)의 모친 홍영미씨는 "몰상식한 정치인의 발언때문에 심신이 지쳐있던 유가족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며 "세월호가 정치인의 먹잇감이 될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지 못했는데, 자격이 없는 자들이 더이상 정치를 하지 못하게 되기만을 바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드디어 맺은 결실…수포로 돌아갈까 '노심초사'


세월호 참사 8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서울시 의회 앞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공간' 에 희생자 영정이 담긴 액자들이 걸려 있다. 황진환 기자
사태 해결에 나선 시는 '화랑 유원지 명품화 사업' 등을 세워 시민들을 꾸준히 설득했고, 마침내 2019년 생명안전공원 계획을 확정했다.

이어 국무조정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위원회'와 안산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착공할 수 있게 됐다.

8년간의 기다림 끝에 공사가 시작되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자칫 사업비가 축소되거나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공원 조성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453억원으로, 이중 373억이 국비다. 해양수산부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국비 63억4천만원을 지원했다.

공원 조성이 마무리되는 2025년까지 국비 309억6천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아야 하는데, 과거 보수성향 정치인들이 그랬듯이 새로운 정부가 사업 추진에 반대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부자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은 "정권이 바뀌어서 기재부도 모든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 측에 세월호에 대한 입장을 보냈지만, 공식 답변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는 정부가 예산을 축소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만일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진보정당과 함께 힘 합쳐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공원 조성 사업비는 이미 기재부에서 확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축소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약에 예산을 축소한다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시도 함께 기존 계획대로 공사가 마무리될 수 있게 힘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