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중국 봉쇄로 자재 공급이 지연되면서 노트북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부 B2B(기업 간 거래) 고객사에 노트북 생산 지연을 안내하고, 납품 시기를 한 달 가까이 늦췄다.
16일 중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인구 200만의 쿤산시 방역 당국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시행됐던 이동제한을 19일까지로 연장했다. 지난 2일 시작한 도시 봉쇄 기한은 벌써 세 차례나 연장됐다.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에서 약 50km 떨어진 장쑤성 쿤산은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등에 쓰이는 전자부품의 핵심 제조 기지다. 대만 등 다국적 전자제품 업체들이 대거 위치해 '전자부품의 허브'로 불린다.
외신 등에 따르면 쿤산과 상하이의 봉쇄 조치로 40곳 이상의 대만 전자업체가 생산을 중단했다. 테슬라에 핵심 기계부품을 납품하는 이성정밀과 애플에 인쇄회로기판(PCB)을 공급하는 유니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포함됐다.
애플 맥북의 주요 생산 거점인 콴타 컴퓨터는 상하이에 이어 쿤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하는 대만의 화수어(페가트론) 역시 지난 12일부터 상하이와 쿤산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수어 공장은 완전한 생산 재개가 4월 말이나 5월 초까지 불가능할 수 있다"며 "콴타 역시 고급 맥북프로의 유일한 공급 업체로서, 중국 봉쇄 이후 배송 일정이 길게는 5주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중국 45개 도시와 3억 7300만 명이 완전 또는 부분봉쇄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일주일 전 23개 도시, 1억 9300만 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 동부의 봉쇄령에 따른 물류 중단으로 근접한 제조업체들이 현장 재고에만 의존할 수 있는 상황이며 부품의 불일치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봉쇄가 해제된 후에도 완제품 출하량의 단기적인 급증과 자재 보충에 대한 수요 증가로 세관 당국을 교착 상태에 빠트릴 수 있다"며 "물류 차질은 특별한 개선의 기회가 생기지 않는 한 4월말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발 공급망 충격으로 우리 기업이 받는 피해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쿤산을 포함한 상하이 인근 지역이 자동차, 반도체, 각종 전자산업 부품의 허브 격인 만큼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 우리 기업도 원자재와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중국 봉쇄의 영향으로 노트북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부 B2B(기업 간 거래) 고객사에 '노트북 자재 공급 차질에 따른 생산 지연 안내의 건' 문건을 발송해 납품 기일을 한 달 가까이 늦췄다.
삼성전자는 "코로나에 따른 중국 봉쇄로 자재 공급이 지연되고 있어 노트북 생산이 지연됐다"며 "노트북 자재가 확보되는 대로 순차 생산 진행 중으로, 5월초 납품이 예상되지만 중국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 변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트북 생산 차질은 기업 간 거래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노트북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에서 노트북 제품을 추천순으로 나열하면 상위 6개 제품이 '일시품절'된 상태로 구매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조치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5일 "중국발 공급망 충격이 계속되면 국내 생산에도 일부 영향이 나타날 수 있고, 봉쇄 장기화로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 우리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