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의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는 챔피언결정전을 4일 앞두고 날벼락 같은 부상 진단을 받았다.
갑자기 찾아온 극심한 통증에 병원을 찾은 결과 대둔근이 찢어졌다는 소견을 받은 것이다.
농구 선수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부상 부위다. 챔피언결정전 경기에 출전하면 안된다는, 시즌아웃이 불가피하다는 수준의 진단이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다닐로 갈리날리가 지난 2017년 박지수와 같은 부상을 당했는데 그는 약 6주 동안 코트를 밟지 못했다.
박지수는 14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마친 뒤 자신의 부상 상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박지수는 경기에 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 부상을 숨기기로 했다.
박지수는 "아무도 제게 무리해서 경기를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감독님부터 스태프까지 모두가 몸이 안 좋으면 안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매경기 테이핑을 강하게 했고 늘 곁에 진통제를 둬야 했다.
박지수는 "근육이 다치니까 다리에 힘이 실리지 않아요. 그래서 1차전 때 슛을 많이 놓쳤어요. 그때 제가 많이 넘어졌잖아요? 다치기 전 플레이오프에서는 돌파 이후 스텝을 밟는 게 잘 됐는데 다친 이후 점프가 안 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3차전에서 리바운드를 21개나 잡았다는 사실을 전하자 박지수는 "정말요?"라고 말하며 깜짝 놀랐다.
강한 의지가 육체를 지배했다. 박지수는 원정 3차전에서 16득점 21리바운드 6블록슛을 기록해 32득점을 몰아넣은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과 함께 KB스타즈의 78대60 승리를 이끌었다.
KB스타즈는 3연승 무패로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해 정규리그를 포함한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박지수는 매경기 결장했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의 심각한 부상에도 3경기 평균 17.0득점, 17.0리바운드, 5.3어시스트, 2.7블록슛을 기록해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MVP도 차지했다.
무엇이 박지수로 하여금 투혼을 발휘하게 했을까.
박지수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미련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끝까지 왔는데, 제가 역할을 많이 받고 있잖아요. 제가 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냥 놓아버릴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동료들도 다 보고 있구요"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말 너무 힘들게 왔고, 강이슬 언니도 제가 이 팀에 오라고 했고, 선가희를 위해서라도 우승을 해야하는 이유가 너무 분명했기 때문에 아무도 제게 부담을 주지는 않았지만 저 혼자서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참고 뛰었어요"라고 덧붙였다.
박지수가 직접 언급한 것처럼 그에게는 우승을 해야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지난달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팀 동료 고(故) 선가희에게 우승을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KB스타즈 선수단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했다.
박지수는 "우승을 하고나서 가희 생각이 가장 많이 났어요. 3차전을 준비하면서도 정말 생각을 많이 했어요. 꼭 우승을 해야 한다고"라고 말했다.
"저희는 가희 덕분에 더 똘똘 뭉쳐서 우승을 한 것 같아요. 하늘에서 저희를 보면서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박지수의 눈시울은 어느새 조금은 붉어져 있었다.
여자프로농구 역대 세 번째로 사령탑 취임 첫 해에 통합 우승을 달성한 김완수 감독도 "그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구요. 가희를 위해서 뭔가 해냈고 뭔가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기쁩니다. 가희는 우리 가족입니다. 잊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