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지난해 8월 이후 네 번째 금리인상으로 연 1.25%인 기준금리는 1.50%로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국내로 전이되는 상황에서 고(高)물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지수는 10년만에 최고치인 4.1% 급등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도 다음 달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일명 '빅스텝'도 불사하는 등 강력한 긴축을 예고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거나 오히려 역전돼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속하게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로 전이된 인플레이션 경고등…소비자물가 4%대 급등
먼저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함께 국내 물가상승 압박이 심상치 않게 높아지면서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안정을 제 1목표로 하는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출범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윤석열 정부 역시 '서민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1%나 급등했다. 4%대 상승률은 지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세가 언제 꺾일지 짐작하기 여렵다는 점이다.
한은은 이달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올해 연간 상승률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물가 최우선" 윤석열 정보와의 정책 공조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선제적 금리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 필요성도 금통위가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으로 지명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0일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민생 안정이다. 현안인 서민 생활 물가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통위의 이날 판단에는 향후 미국 연준이 일명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많은 참가자들이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거나 강해진다면 향후 회의에서 한 번 이상의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인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1.00~1.25%포인트 높은 상태다.
하지만 연준이 5월 연준 회의에서 '빅스텝'에 나선 뒤, 이후 또다시 0.5%포인트 인상 등 '점보스텝'에 돌입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0'이 되거나 역전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국내에 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우리 기업들의 수출채산성을 나빠지게 된다.
한은 "물가 상당기간 목표 수준 상회할 것으로 예상" 추가 인상 시사
결국 금통위가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과 미국의 긴축 강도 등을 판단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최근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낸 가계부채 관련 서면질의에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고 성장률 둔화 요인이 될 수 있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은 시급한 정책과제"라며 "한은이 금리 시그널(신호)을 통해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새 정부의 정책 조합으로 최소화하면서 가계부채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은은 이날 금리인상 직후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 전개 상황,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성장·물가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세가 유지되고 미국의 강력한 긴축 정책이 현실화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