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위기다. 지난 2년 동안은 코로나19의 여파가 컸다고 하지만 올해는 방역과 관련한 규제가 거의 없어졌다. 100% 관중 입장에 이른바 '치맥'(관전 중 치킨, 맥주 취식)까지 허용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관중은 바닥이다. 지난 12일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NC의 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 스카이돔의 관중은 774명에 불과했다. 1만6000석 구장에 5%도 안 되는 팬들만 찾은 것이다. 2016년 고척돔 개장 뒤 1000명이 채 입장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키움 역대 최소 관중이기도 하다. 키움은 목동 야구장을 홈으로 쓰던 2009년 4월 21일 한화와 경기 때 918명이 가장 적은 팬들이 찾은 날이었는데 그걸 경신한 것이다.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3연승 중이던 키움은 12일 간판 스타 이정후의 3점 홈런과 메이저리그(MLB) 스타 출신 야시엘 푸이그의 만루 홈런 등으로 대승을 거뒀다. 연장 끝내기 승리로 5연승을 질주한 13일에도 관중은 893명뿐이었다. 연이틀 1000명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물론 고척돔은 실내 구장이라 아직까지 취식이 허용되지 않는다. 상대했던 NC 역시 팬층이 두텁지 않아 흥행 카드는 아니다. 그럼에도 연승의 가파른 기세를 달리는 구단의 홈 경기라고 믿기 힘들 만큼 관중석이 썰렁했다.
다른 구장도 마찬가지다. 1, 2위 대결에 역대 개막 최장 연승 기록이 걸려 있던 13일 잠실구장도 4500명을 간신히 넘겼다. 인기 구단 LG의 홈 경기, 최근 무패 행진을 달리는 SSG의 대결임을 감안하면 1만 명을 넘겨도 이상하지 않을 카드였다. 삼성과 한화의 대결이 열린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도 1918명 팬들만이 찾았다.
KBO 리그는 2012년 8구단 체제에서 715만6157명 최초로 7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10구단 체제였던 2017년 840만688명으로 역대 최다를 찍었다. 그러나 이듬해 807만 명 등 매년 하향세를 보이더니 코로나19 전인 2019년 740만 명까지 줄었다.
여러 요인들이 꼽힌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탈락에 지난해 도쿄올림픽 노 메달 등 국제 대회 경쟁력 약화, 선수들의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과 음주 파문, 그럼에도 천정부지로 솟는 몸값 등 팬들의 실망감이 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키움이 최근 음주 뺑소니와 운전자 바꿔치기, 삼진 아웃 등으로 물의를 빚은 강정호의 복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결정타였다. 가뜩이나 팬들이 적은 키움에 악재까지 끼니 팬들이 떠난 모양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위중해 팬들이 현장 관전을 꺼린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전반적으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15~17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31%만이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치인데 '관심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38%로 10년 중 가장 높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는 지난달 29일 취임식에서 "올해는 '팬 퍼스트'(Fan First)로 관중이 야구장을 찾도록 만들겠다"면서 "10개 구단 모두 100만 관중을 위해 노력해 1000만 관중 시대를 맞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총재도 연일 야구장을 찾는 현장 행보를 잇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팬심은 싸늘하다. 아직까지 KBO는 키움과 강정호의 계약 승인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다. 과연 KBO와 허 총재가 한국 프로야구를 어떻게 극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