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안철수의 사람들'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발표한 2차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 9명 중 안철수계는 보이지 않았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당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데 반해 인수위와 국민의힘은 야권단일화 때 생긴 "부채 관계가 끝났다"는 입장이다.
앞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차 내각 인선 뒤 "(윤 당선인에게 내각 인선에 대한) 의견을 드릴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고,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태규 의원이 인수위원직 사퇴까지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안 위원장은 2차 내각 인선 발표 뒤 윤 당선인 등과 저녁 자리를 갖기로 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보통은 늦어도 저녁 시간 대에는 안 위원장의 다음 날 일정이 나오지만, 이날은 밤 10시가 되도록 공지가 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차 내각 인선 발표 뒤 '윤 당선인이 안 위원장과 대선 당시 약속했던 공동정부는 어떻게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쇄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통합, 협치, 안철수 위원장님과의 공동 국정 운영이 어떤 형태로든 반영되는 쪽으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공동정부 기조는 우리가 (다른)후보 선정과정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구성이나 위원장 등 남은 인선에서 안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는 취지지만, 이미 주요 인선이 마무리된 상황이다보니 안 위원장 측 인사들은 불쾌함을 감추기 어려운 분위기다.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서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맡았던 서강대 최진석 철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내각 인선 발표 뒤 SNS에 "박근혜와 이명박 정부 때의 사람들이 그대로 다시 다 돌아왔다"고 비판적인 평가를 남겼다. 이어 최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약점은 자칭 폐족들 사이에 '송곳'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려는 전혀 새로운 꿈을 실현하고 싶다면, 전혀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는 일 이외에 다른 길은 없는 것 같다"고 적었다. 윤 당선인이 '송곳'에 비유되는 안 위원장 등을 활용해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이같은 국민의당 측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안 위원장과의 "부채 관계는 해소됐다(인수위 관계자)"는 목소리가 크다.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을 맡았을 뿐 아니라 인수위에도 국민의당 몫 인수위원직을 배려했고, 합당 이후에도 국민의당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몫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내각 인선 과정에서 안 위원장의 추천을 받았다"며 "검증 과정과 윤 당선인의 국정 철학을 맞추는 단계에서 안철수 계가 최종 후보자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