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은 13일 새 정부 초대 법무장관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49·사법연수원 제27기)을 지명했다. 전직 검찰 간부 다수가 하마평에 올랐지만 윤 당선인의 선택은 '최측근'이었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최측근 중 최측근으로 꼽힌다.
한 후보자는 SK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을 수사하며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러다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받았고,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을 거치며 법무연수원 부원장으로 임명됐다. 윤 당선인은 좌천을 거듭하던 한 후보자를 법무장관으로 전격 발탁하면서 "절대 파격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尹의 최측근…요직 두루 거친 특수통
한 후보자는 서울 출신으로 현대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에서 LL.M. 과정을 이수한 뒤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2001년 서울중앙지검에서 초임 발령을 받았다. 2003년 특수수사의 꽃으로 불리는 대검 중수부 검찰연구관으로 일했다. 윤 당선인과의 인연도 대검 중수부에서 시작됐다. 초임검사였던 한 후보자가 SK 사건을 수사하면서 '차떼기' 진술을 받아내면서 윤 당선인의 눈에 띄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가 2004년 대선 자금 의혹을 수사 중이던 대검 중수부에 합류하면서 둘의 인연은 깊어졌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의 수사 능력을 눈여겨봤다. 한 후보자는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SK 최태원 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권력 수사에서도 장점을 발휘했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박근혜 전 대통령·최서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기소), 다스(DAS) 비자금·횡령 사건(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기소), 사법농단 수사(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기소) 등 굵직한 수사를 주로 맡았다. 검찰 내에서도 한 후보자의 수사 능력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국정농단 특검에서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는 다시 손발을 맞췄다. 윤 당선인은 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한 후보자를 3차장에 기용했다. 3차장은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자리로, 한 후보자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인 것이다. 한 후보자는 2019년 7월부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지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도 "거의 (정권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다.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이 안 된다는 얘기는 독립운동가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며 한 후보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인선을 발표하면서도 "20여년간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수사와 재판, 검찰제도 법무행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법시스템을 정립할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극찬했다.
추미애 체제에서 좌천…49세 장관으로 화려한 복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청와대를 왔다갔다 하던 한 후보자가 좌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추윤 갈등' 국면에서부터였다.2020년 1월 추미애 장관 취임 직후 한 후보자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밀려났다. 그러다 '채널A 검언유착 사건' 피의자가 되면서 대표적 한직인 법무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받았다. '채널A 사건'은 2020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 후보자가 공모해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에게 여권 인사 관련 비리 폭로를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수사 과정에서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었던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한 후보자의 팔과 어깨 등을 잡고 소파 아래로 누르면서 '독직폭행'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앙지검은 그해 4월 수사에 착수해 이 전 기자만 구속기소하고 한 후보자에 대한 처분은 미뤄왔다. 그러다 지난 6일 한 후보자의 강요미수 공모 혐의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 후보자가 여권과 각을 세워온 만큼 취임 이후 민주당 인사에 대한 특검 등 수사가 개시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채널A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은 직후 '법무장관 추미애·박범계의 피의사실공표와 불법 수사상황 공개 및 마구잡이 수사지휘권 남발'을 문제점으로 언급하면서 민주당 출신인 박범계 법무장관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당선인의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과 관련해 "당선인이 약속한 것이고, 나도 지난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의 해악을 실감했다"며 "내가 취임하더라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