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축소판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그 자체죠."
'빅맨' 유승민 전 의원이 또 국가를 얘기했다. 대통령이 아닌 경기도지사 선거판에서다.
최근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유 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가 곧 나라"라며 "이곳에 인생을 통째로 쏟아붓고 싶다"고 힘을 줬다.
도의 위상과 영역을 확장해 대선급 후보로서의 '출마 명분'을 내세운 것. '지역에 연고가 없다'는 당 안팎의 공격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쟁자들의 견제에 그는 "도민들의 고민인 주택, 교통, 교육 정책에 중점을 둬왔고, 국방위원으로서 안보차원에서 군장병이 가장 많이 몰린 경기 지역의 군 이슈도 다뤄봤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경기도에 '어울리는' 의정활동으로 지난 19대 대선 때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이 아닌, 경기 수원시에서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유 전 의원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국가 전체 현안이 집적된 광역단체가 바로 경기도"라며 "이곳에서 이기려면 큰 고민을 해본 유승민 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수도권 규제 '대폭 완화', 주택·교통 지옥 해소
그러면서 그는 이른바 경제통 이미지를 앞세우며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첫째로 꼽았다.
기업이 부동산 시세와 세금 부담 등으로 지방·해외로 이탈하는 현상을 막고 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수도권에 집중된 과도한 규제를 풀겠다는 게 핵심이다.
유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아르바이트형 일자리 등은 지속성이 없다"며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경영하기 좋도록 중앙정부 협의로 수도권 규제를 풀어 지역경기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인수합병 무산으로 논란에 휩싸인 평택 쌍용자동차에 대해서는 "부실기업이 살아나 노동자와 가족들이 삶의 터전을 유지하도록 지켜주는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주택'과 '교통' 문제를 들었다.
주택난의 경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집값, 공시가격이 상승하면서 세금 부담이 늘고 무주택자들의 대출도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출을 풀고 집값을 안정시키면서 세금은 낮추는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며 "이로써 경기도민 중 집을 갖고 싶은 분들의 꿈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통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 출퇴근으로 하루 4시간을 허비해 삶의 질이 무너지고 있다"며 "GTX 공사를 최대한 앞당기고 지하철과 광역버스 거리도 확대해야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자신의 대선 1호 공약이었던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에 대한 계획도 빼놓지 않았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육·교육을 확실히 지원하는 시스템과 차기 교육감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도내 엄마, 아빠들이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도록 만들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재명표 정책 개혁"…일부 계승 의지도
전임자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에 관해서는 잘못된 부분을 단호히 '개혁'하되, 긍정적인 면은 과감하게 '계승'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재명표 '기본 시리즈' 복지정책에 대해 "다 퍼줘서 거덜내는 복지는 안 된다"며 "어려운 분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따뜻한 복지', '공정소득'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존 경기도 기본소득의 경우 "이미 수령하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세금과 복지철학에 대한 설득을 해가며 이 전 지사의 복지정책을 뜯어고치는 작업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유승민의 경기도는 '깨끗하고 바르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정부패, 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다"고 대장동 의혹 등에 휩싸인 이 전 지사와의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이 전 지사 복지정책 중 공공산후조리원을 비롯한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확대 사업 등은 "오히려 더 확장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계승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그는 경기지사 출마선언에서도 "정치보복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응과 공공산후조리원, 청년·농어촌·문화예술 기본소득 등을 이 전 지사의 치적으로 평가했다.
이재명의 경기도정을 '복마전'으로 규정한 당내 경선 상대인 김은혜 국회의원과 묘한 대조를 이뤄 주목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지난 대선 도내에서 이 전 지사의 득표가 윤석열 당선인보다 앞선 점을 감안, 유 전 의원이 포용적 태도로 중도·부동층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지사 역시 민주당 대선후보 당시 외연을 넓히기 위해 진영과 저작권을 가리지 않는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유 전 의원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 개 공약'을 채택한 바 있다.
안팎의 '金' 최대 맞수, 본선 경쟁력 '필승' 각오
이번 경기지사 선거의 최대 맞수로는 당내에 김 의원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가장 신경 쓰이는 상대"라고 겨냥했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 네거티브에 지친 유권자들을 위해 정책공약 대결을 펼칠 것"이라며 '포지티브' 선거전을 다짐했다. 두 번 대선을 치른 준비된 후보임을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그간 준비한 경제, 안보 정책들은 당장 경기도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포장과 정치쇼가 아닌 일로써 성과를 낼 준비가 돼 있다"고 자부했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등을 지낸 유 전 의원은 1997년 외환금융위기에 극복 계획안을 제안하는가 하면, 포스코의 민영화 보고서를 내는 등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경제 선수'로 손꼽힌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이회창 전 총재의 제안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발을 들였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19·20대 대선에 출마해 각각 본선과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한편, 이달 12일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경선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당내 경기지사 공천 경쟁은 유승민, 김은혜 2파전으로 압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