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과거 국정농단 특별검사와 피의자로서의 악연에 대해 미안한 심경을 전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하면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2시 대구 달성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약 50분 동안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회동을 마친 뒤 윤 당선인은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라며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님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대통령님이 지금 살고 계시는 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이는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 당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냈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동석했던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일종의 악연에 대해 굉장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당선인께서도 하셨다"며 "당선인께서 박 전 대통령께서 하신 일에 대한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어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이) 서울에 병원을 다닐 때 경호 등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 함께 배석했던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당선 시절부터 격무일 거다. 건강을 잘 챙기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을 보고 처음 뵙는 분이지만 화면에서 많이 봬서 그런지 오래 전에 만난 사람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윤 당선인은 다음달 10일 열리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했다. 권 부위원장은 "취임식 (참석)부분도 윤 당선인께서 정중하게 요청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도 '가능하면 참석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유 변호사는 "윤 당선인은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를 봤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했던 분들을 찾아뵙고 당시 어떻게 국정을 이끌었는지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만남은 화기애애했다고 동석자들은 전했다. 유 변호사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진행됐다. 간혹 웃음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언론에 발표하지 못할 이야기는 되게 속 깊은 이야기"라며 "두 분간 서로 웃으며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회동이 이뤄진 박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 사저에는 지지자 약 300명이 모였다. '윤석열 당선인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입주를 축하하는 화환들도 길게 늘어섰다.
앞서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대선 당시 보내준 지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윤 당선인은 서문시장 상인연합회와 간담회에서 "권력이 서문시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 서문시장만 오면 아픈 것도 다 낫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며 감사를 표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 후에는 대구 동성로를 찾아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대구경북을 우리나라의 수출 산업의 기지로 만드셔서 지역경제와 대한민국 경제를 도약시키셨듯이 대구경북에 제2의 새로운 도약을 여러분들과 함께 일궈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