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남은 기간 동안 외부 일정을 자제하고 본격적인 퇴임 준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청와대에서는 퇴임 후 문 대통령과 함께 사저로 낙향할 참모진의 윤곽도 잡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경남 양산 평산 마을의 새 사저도 주인을 맞을 마무리 준비가 한창이라고 한다.
평산 마을 사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통도사가 걸어서 갈 정도로 지척에 있고 별세한 모친이 잠들어 있는 천주교 공원묘원과도 가깝다.
평생 동지이자 친구였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흔적이 있는 김해 봉하 마을까지도 차로 달리면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마을 뒤에는 이른바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높이 1081m의 영축산이 있어 등산 애호가인 문 대통령의 취향과도 어울린다.
문 대통령이 밝힌 퇴임 후 자신의 모습은 지난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잊혀진 사람'이다.
지난 달 30일 대한불교조계종 법회 때도 "자연으로 돌아가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세상사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유유자적하며 시골 촌부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 보인다.
문 대통령에 앞서 시골 촌부로서의 삶을 살고자 했던 전직 대통령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다.
자전거에 손녀를 태운 채 밀짚모자 차림으로 시골길을 달리고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도 함께 마시는 등 평범한 촌부의 삶을 살며 잊혀 지길 원했다.
하지만 본인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서울로 불려와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고 결국엔 짧은 유서를 남긴 채 사저 뒷산 부엉이 바위에 올라 스스로의 삶을 마감했다.
재임 시절 누구처럼 국정 농단이나 거액의 비자금 조성 등 대단한 비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고인은 잊히질 못했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잊혀진 사람'이 되길 원하는 것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꿈을 이어가려는 뜻이 아닌가 싶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후 자신의 바람대로 '잊혀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하루아침에 세인의 관심에서 지워질 수야 없겠으나 정말로 잊혀진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잊혀 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해 온 정치세력과의 과감한 단절 등 확실한 주변 정리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잊혀 지길 원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치적 영향력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임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40%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뭐 한 게 있다고 지지율이 그렇게 높은가'라는 비아냥도 있으나 수치상으로 나타난 지지세는 분명 견고하다.
이처럼 단단한 팬덤을 형성한 강성 지지층이 여전한데다 민주당 내 '친문'계도 건재한 만큼 퇴임 후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 활동을 요구받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문 대통령이 진정 '잊혀진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이런 요구를 단호히 거절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쉬울지 의문이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후 '문재인 정부 흔적 지우기'에 적극 나설 경우 잊혀진 삶을 살기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권교체로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는 국정 방향은 물론 각종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정책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강도 높은 흔적 지우기가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퇴임한 전직 대통령도 재임 시절의 위법이나 심각한 비리가 드러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 책임은 국민 대다수가 상식적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하는 것으로 전임자를 망신주고 깎아내리기 위한 정치 보복이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정치사에는 유독 수난을 겪는 전직 대통령들이 많았다.
이제 우리도 퇴임 후 낙향해 시골 촌부의 삶을 사는 전직 대통령이 한 명쯤 있으면 어떨까 싶다.
'껍데기는 가라'로 유명한 신동엽 시인의 오래전 산문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석양 대통령이라는 직함의 노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시골길을 달려 시인의 집을 놀러간다'는 싯구처럼 유유자적하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