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S-92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고 정두환 경감의 아들이 던진 한마디에 영결식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1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는 고 정두환(50) 경감, 차주일(42) 경사, 황현준(27) 경사의 합동영결식이 해양경찰장으로 엄수됐다.
고인들의 유해는 생전 동료들이 운구했다. 고 황현준 경사를 운구한 한 동료는 관 위에 손을 얹고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날 영결식에서 고인들에게 모두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전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독했다.
이어 "마지막 출동에서도 우리 국민 구조를 위해 성실하고 투철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한 고인들의 꿈과 헌신을 대한민국은 결코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은 "이제 세 분은 우리 곁에 없지만 남겨 주신 열정과 사명, 숭고한 희생정신은 우리 가슴 속에 긍지로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며 "고인들이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소중한 가치들은 이제 우리가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경감의 아들은 "아버지께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존경한다고 표현하지 못했다. 5일 전까지 살면서 말할 기회는 넘쳐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아버지와의 시간보다 친구와의 시간을 더 원한 아들은 아버지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빠, 목요일 아침 학교 가기 전에 인사 못 드리고 가서 죄송해요. 왜 일 하실 때 '안 힘드냐, 보고 싶다'는 전화를 해본 적 없는지 너무 부끄러워요"라며 "아빠 없이 잘 살 자신이 없지만, 아빠 없으면 내가 가장이라고 누누이 말했잖아요. 아빠 만큼은 아니지만 가장 노릇 착실히 할 테니 잘 지켜봐 주세요"라며 울먹였다.
이어 "사소한 인생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며 다 품어주시던 조종사 정두환 님, 매뉴얼과 장비를 늘 들고 헬기 위에 있던 정비사 차주일 님, 궂은일 다 챙기면서도 싱긋이 짓는 미소 잃지 않던 전탐사 황현준 님, 부산항공대 곳곳에 그대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바람으로, 구름으로, 별빛으로 우리 가까이에서 함께 날아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고인들의 유해는 부산영락공원에서 화장한 뒤,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헬기는 대만 해역에서 실종된 교토1호의 수색을 위해 부산에서 출발해 해경 3012함에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을 내려준 뒤, 부산으로 복귀하기 위해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 승무원 4명 중 부기장 정두환(50) 경감, 정비사 차주일(42) 경사, 전탐사 황현준(27) 경사 등이 숨졌고, 기장 최모(46) 경감은 부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