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공포에 갇힌 국내 증시…외국인 '셀 코리아' 지속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예고한 가운데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셀 코리아'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2119조 9200억원 가운데 외국인 보유주식 시총은 665조 4300억원이다. 시총 기준 외국인 보유 주식 비중은 31.40%로, 지난 2010년 9월3일(31.37%) 이후 11년여 만에 최저수준이다. 2020년 초 이 비중은 40%에 육박했으며, 1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보다는 4.74% 포인트 가량 높았다.
 
올해 들어 8일까지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7조 2680억원 어치를, 코스닥 시장에선 2조 2470억원 어치를 각각 순매도 했다. 합치면 9조 5천억원을 웃돈다.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대외 변수들이 잇따랐던 것이 이 같은 공격적 매도 현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월3일 2988.77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연준의 긴축 예고 이후 급격하게 하락한 뒤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면 속에서 2700선 안팎 박스권에 갇혀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했다.
 
최근엔 소폭 반등을 시도하긴 했지만 연준에서 지난 5일과 6일(현지시간) 한 번에 0.5% 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 금리인상'은 물론, 월 950억 달러 한도 내의 '양적 긴축 조치'를 이르면 다음 달 동시에 실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메시지가 연달아 나오면서 다시 시장이 위축되는 모양새다.
 
외국인들은 이달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4월4일 하루 빼고는 모두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8일까지 4320억원 가량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11일에도 코스피 지수는 2700선을 가까스로 회복한지 1거래일 만에 다시 0.27% 하락해 2693.10으로 마감했다. 이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255억원, 2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만은 1342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증권가에선 '긴축 시대'로 접어든 이상, 국내 증시도 당분간 극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현 시점을 저점이라고 보고 공격적으로 투자 전략을 짜기 보다는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긴축과 금리인상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연준의 정책기조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경제타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빠르게 반등 국면을 맞이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경기침체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주요국의 경제를 면밀히 분석하고 경기 국면을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풍부한 유동성에 취해왔던 글로벌 증시이기에, 긴축에 따른 금단현상은 불가피하다. 4월 진입 후 국내 주식시장의 반등이 중단된 원인도 연준의 긴축 보폭이 더 커진데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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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수 반등도 어렵지만, 추가 하락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쪽에선 올해 들어 공격적인 매도 현상으로 낙폭이 두드러지게 컸던 업종들의 일부 회복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서정훈 연구원은 "국제유가, 기대 인플레이션 등 주요 악재성 지표가 고점에서 내려온 만큼, 국내 주식시장 또한 해당 부분을 반영해 나갈 공산이 크다. 우선적으로 연초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깊으면서 낙폭 또한 과대했던 업종의 경우, 수급 빈집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며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업종으로는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기타 금융, 자동차 및 부품, 내구소비재 및 의류 등"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역대급 1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지난 7일과 8일 종가기준 연이틀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며 추락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11일 100원(0.15%) 오른 6만 7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거꾸로 가는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 "올해 반도체 섹터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야기될지 모르는 경기 둔화 우려"라며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가 어느정도 확인되기 전까지 주가가 강한 모습을 보여주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여전히 견고한 실적과 낮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 여력이 더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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