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드라이브에 대해 입장표명을 유보하며 민생 행보에 돌입했다. 윤 당선인은 민생현안에 몰두하되, 마찰음이 예상되는 검찰 수사권 대응은 원내에 맡기며 친정체제를 구축한 당과의 역할분담을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일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수위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당선인의 현재 관심은 오로지 민생안정, 경제발전 그리고 튼튼한 안보"라며 "윤 당선인은 이를 위한 새 정부 국정운영 구상에 몰두할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검찰 수사권 박탈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현 정권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남용하는 등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검찰 개악'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대한 당선인의 입장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이날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채 경북 안동과 상주 등을 방문하며 지역 주민들과의 접촉을 이어갔다. 윤 당선인을 대신해 민주당과의 격돌을 이어갈 키는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로 새로 부임한 당이 잡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맹비난으로 원내대표 부임 첫 최고위원회의를 시작했다. 권 원내대표는 "결국 문재인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거기에 담겨있다"며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이 집권할 경우 '검찰을 동원해서 검찰 공화국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 하는 프레임 전쟁으로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대선패배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과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행태가 현실화된다면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윤 당선인의 검수완박 '거리두기'는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검찰총장 출신인 당선인이 직접 검찰을 둘러싼 공방에 나서기 보다는 민생에 몰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용산 집무실 이전, 인사권 갈등 등으로 인수위 기간 전반부를 보낸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폭발력이 강한 검찰 수사권 문제에 직접 참전했다가 인수위가 다시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동했다는 평가다.
인수위 정부사법행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호 의원도 "국회의 입법행위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지금 시점에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고려가 있다"며 "국회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