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 "제 식구 나눠먹기식 논공행상 인사"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맞받아치며 청문회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준비 첫 회의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명확한 기준과 원칙, 철학도 없는 깜깜이 인사로 국민 눈살만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전날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이종섭 전 합참 차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로,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을 문화체육관광부 후보로, 정호영 전 경북대 병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김현숙 전 의원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민주당 "자리 채우는 데 급급"…한덕수부터 송곳검증 예고
인사 발표 직후 박 원내대표는 "국정 운영 비전과 철학은 보이지 않고 내각을 채우는 데 급급한 주먹구구식 발표"라며 "발표된 인사만 보면 적합한 곳에 적합한 인재를 배친한다는 '적재적소' 인사 원칙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고 지적했다.특히 먼저 후보로 지명한 한덕수 총리 후보에 대해 '송곳 검증'을 벼르면서 강도 높은 청문회를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이 15년 전 청문회를 통과해 자질에 문제없을 것이라 했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15년 사이 도덕 기준은 높아졌고 필요한 자질도 많아졌는데. 법조인 출신도 아닌 한 후보가 김앤장에서 고액을 받고 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측은 한 후보가 대기업의 로비스트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후보자들의 자질이 각 장관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특정 후보의 경우 과거 부적절한 정책 추진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과거 이력과 직무적합성 등이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보건과 복지의 균형이 필요한 복지부에는 의료인 외길을 걸어온 분을 임명했다"며 "양성 평등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부서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야 할 여성가족부에는 경제학자를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와 진흥의 균형이 필요한 산업자원통상부에는 '규제철폐 지상주의자'를, 언론진흥 정책을 관장할 문체부에는 특정 언론사 경영에 깊이 관여한 데 대한 우려가 있는 분을 임명한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 신공항 성과 없어…김현숙, 과거 게임규제법률 추진"
특히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 "제주지사 시절 제주 신공항 등 제주도정에 대한 성과를 보면 전문성, 추진력, 협상력 등을 겸비해야 할 국토부 장관에 적합지 않다"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치공세에 앞장섰던 것에 대한 논공행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민주당 전용기 의원도 개인 SNS를 통해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겨냥해 "19대 국회에서 손인춘, 신의진 의원과 함께 게임 중독 규제 법률을 적극 추진했던 사람"이라며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존속살인, 자살, 폭행, 방화 등 사건을 일으킨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게임을 악의 근원인 것처럼 말하고 게임중독세 도입을 외치던 분을 여가부 장관에 앉힌다는 건 셧다운제 같은 비정상적인 정책과 게임중독세 문제를 재점화하겠다는 뜻"이라며 윤 당선인으로 하여금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즉시 논평을 내고 후보자 면면이 '경육남(경상도 출신 육십대 남성)' 일색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27명 위원 중 단 4명만 여성이었던 서오남(서울대 출신 오십대 남성) 인수위원회에서 경육남 내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라며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이 첨예했던 지난 대선 갈등을 넘어서고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이번 인선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짚었다.
국민의힘 "무조건 깎아내리기 목적" 반박…공방 가열
이같은 비판 목소리에 국민의힘 측은 "시작 전부터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는 구태정치"라고 강하게 받아쳤다.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벌써부터 '낙마'를 운운하더니 박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의 인선을 폄하하고 나섰다"며 "애당초 '반대를 위한 반대', 무조건적인 깎아내리기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정운영의 철학과 비전, 능력, 도덕성 등 모두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