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10일 지명됐다.
국토교통부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경제부처 수장들의 윤곽도 함께 드러나며 부동산 가격 상승, 고물가 등의 숙제를 안고 있는 윤석열호의 경제정책 방향이 어떻게 정해질지에도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구 출신인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는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오리건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행정고시 25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으며,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과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금융위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 등 기재부와 금융위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로 인해 '모피아'(재무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2016년 20대 국회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이후 전문성을 살려 새누리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현 야당의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나타내 왔다.
규제프리 3법 등 굵직한 법안들을 통과시켰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는 소득주도성장과 확대재정을 강하게 비난하며 저격수 역할도 무난히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21대 국회에서는 1호 법안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5%,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로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마련하자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경제정책 수립에 중심적 역할을 했고, 정무적으로도 이준석 당대표와 윤 당선인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자 의원총회에서 당대표 사퇴 결의를 제출하며 돌파구를 마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로 신임을 얻게 됐다.
윤 당선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에는 원내 수석부대표와 당의 전략기획과 원내 협상을 주도했다"며 "공직에서 전문성과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닦고, 의회와 소통도 원만히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금융위원장 내정이 유력한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 청와대 정책실장이 유력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도 대선과 인수위 과정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 '윤석열호 1기 경제팀'의 팀워크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다만 윤석열호가 돛을 띄우기도 전부터 각종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쪽으로 꿈틀대는 등 상황은 여의치 않다.
가장 큰 직면과제는 고물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 등 에너지 가격과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곡선을 더욱 가파르게 만들었다.
때문에 재정당국으로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 문제는 실물경기가 금리를 버텨낼 만큼 충분히 회복됐느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 4%대에 진입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 침체 상황에서 물가만 상승하는 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미 '50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강하게 공약한 바 있어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를 낮추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이고,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율을 30%까지 높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추경을 하게 되면 물가 억제책과 상승책을 동시에 실행하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3년 만기 국고채금리가 연 3%에 육박하는 등 201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추 후보자도 이날 물가잡기와 추경 모두를 추진하면서 그 안에서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장관 후보자 지명 기자회견에서는 "지금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성장률은 둔화되는 양상이다. 가계부채, 국가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정책을 거시적으로 보면 동원할 수 있는 수단도 굉장히 제약돼 있다"고 토로한 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서민생활물가와 민생 안정이기 때문에 공식 출범하면 경제 장관들이 원팀이 돼 물가 안정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추경을 하기는 해야 한다. 물가 때문에 추경을 '스톱'할(멈출) 수는 없다"며 "말씀드린 대로 조합을 해보고 최종적으로 조합 속에서 설명해드리도록 할 것"이라고 추경 추진 의사 또한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 또한 극복해야 할 난제다.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한 각종 규제를 풀어 거시적인 관점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대선 당시의 공약인데,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그간 억눌려있던 수요가 분출하면서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금융전문가이자 재정건전성주의자, 동시에 민간성장 중심의 시장주의자인 추 후보자의 균형감각이 어떻게 발휘될지에 고물가와 추경, 부동산이라는 세 가지 숙제가 윤석열 정부의 돌파 성과로 기록되느냐, 아니면 집권 내내 발목을 잡는 악재로 여겨지느냐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