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금 인상 '진통'…4월까지 협상 밀린 건 '처음'

박종민 기자

매년 늦어도 3월 말에는 마무리됐던 삼성전자의 임금 협상이 4월 들어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사 담당자와 근로자 대표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두고 지난 8일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기구로,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정해왔다.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은 직원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삼성전자는 통상 노사협의회를 통해 2~3월 중 당해 연도의 임금인상률을 확정해 새 임금을 3월 월급날(21일)부터 지급해왔는데 올해처럼 임금협상이 4월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내 맏형 격인 삼성전자의 임금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 나머지 계열사들의 임금협상도 줄줄이 밀리고 있다.

2022년도 임금인상률에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측은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를 요구했으나 사측에선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조합원 4500명 규모의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임금인상, 복지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임금 협상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IT(정보통신) 동종업계에서 대대적인 임금 인상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업계 최고의 대우를 보장한다는 보상 우위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평균 15%의 임금인상(전체 연봉 재원 기준)을 확정했고, 네이버 노사도 올해 평균 10% 임금인상에 잠정 합의했다.

반도체 동종업계인 DB하이텍은 올해 신입사원 초임을 14.3% 올려 삼성전자 수준(약 4800만원)으로 맞췄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5040만원으로 올려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LG전자도 최근 8.2%의 임금인상률을 확정하면서 신입사원 초임(약 4900만원)을 삼성전자보다 높게 잡았다.

회사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임직원 임금은 한번 올리면 되돌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국제 정세 불안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임직원 수만 11만명 이상인 삼성전자는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지출한 인건비는 약 15조8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8.4%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였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44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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