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깬 대법 "애경·SK케미칼 '가습기살균제 과징금' 다시 판단하라"

대법 "'제품 판매 중단일'을 '위법 상태 종료일'로 볼 수 없어"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속 유해 물질 위험성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이 정당했는지를 다시 판단하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10일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와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정위는 2018년 3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어긴 애경과 SK측에 시정·공표명령과 함께 각각 8300만원과 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주요 성분에 독성이 있고 흡입하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은폐·누락·축소하고 '천연 솔잎향의 삼림욕 효과' 등 제품 일부 성분의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해 마치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기만적인 표시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처분에 반발한 애경과 SK는 소송을 진행했다. 이들은 2011년 9월경 제품 판매를 중단해 표시·광고 행위도 이때 종료됐는데, 공정위 처분은 이로부터 5년이 지났으므로 처분 시한을 넘겨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개정 전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에 따르면, 공정위는 법 위반 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5년을 경과한 경우에는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명하지 아니하거나 과징금 등을 부과하지 아니한다.

반면 공정위는 이들 제품이 2017년까지도 완전히 수거되지 않는 등 표시·광고 행위가 이후에도 계속됐으므로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개정 법은 공정위가 위반 행위 조사를 개시한 경우 조사 개시일로부터 5년,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경우엔 위반 행위 종료일로부터 7년이 경과한 경우 시정 조치나 과징금을 내리지 못하게 했다. 이 규정은 개정 법이 시행된 2012년 6월 이후 최초로 조사한 사건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원심은 애경과 SK 손을 들어줬다. 위반 행위의 종료일을 제품 판매를 중단한 2011년 8월 말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처분 시한이 지났다고 인정했다. 공정위가 이 사건을 최초로 조사한 '조사 개시일'도 2011년이므로 개정 후 공정거래법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종료일은 상품 수거가 완료되는 등 위법상태가 종료된 때로 봐야 한다"며 '제품 판매 중단일'을 종료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은 "이 사건 제품 수거 정도, 소비자의 피해 인식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표시 행위 시정 조치가 언제 완료됐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그러한 조치가 2013년 3월 19일 이후에 완료됐다면 2018년 3월 19일에 이뤄진 공정위 처분은 시한이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심이 이 사건 과징금 부과 등 부과 처분 시점이 처분 시효가 만료된 이후인지, 처분 시효 기간 이내인지를 다시 심리해 보아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처분 시효 기간 이내라면, 처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부과 처분의 내용이 정당한 지조차 심리하지 않은 채 부과 처분을 바로 취소해서는 안 되고, 부과 처분의 내용을 심리해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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