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는 개막 6연승을 달리는 동안 선발 평균자책점 0.95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KK' 김광현이 아직 국내 복귀전을 치르지 않았음에도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김광현이 922일 만에 다시 국내 마운드를 밟았다. 김광현의 복귀로 SK 선발진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 김원형 SSG 감독은 다르게 표현했다. 김광현은 시너지를 누릴 선수가 아니라고 했다. "김광현은 중심"이라고 못박았다.
에이스에 대한 확고한 맏음이다.
김광현은 2007년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에서 데뷔해 2019년까지 통산 136승 77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한 KBO 리그의 간판급 에이스다.
2020시즌부터 2년 동안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하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인천 프랜차이즈로 복귀했다.
김광현이 SSG 유니폼을 입고 처음 마운드에 오른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는 2만여 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허구연 KBO 총재와 정용진 SSG 구단주도 김광현의 복귀전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다.
김광현은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초구를 던지기에 앞서 자신이 다짐한 '팬 퍼스트(fan first)'를 실천했다. 모자를 벗고 1루와 3루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복귀 인사를 건넸다.
메이저리그 경험을 쌓은 'KK'는 더 강해졌다. 1회부터 시속 150km에 가까운 직구를 자신있게 뿌렸다.
김광현과 함께 인천 프랜차이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3루수 최정도 덩달아 힘을 냈다. 최정은 KIA 2번 박찬호의 날카로운 땅볼 타구를 처리하는 등 안정된 수비로 김광현을 도왔다.
김광현의 KBO 리그 복귀 첫 이닝은 약 4분 만에 끝났다.
김광현은 투구와 투구 사이의 간격이 빠른 선수다. 이는 메이저리거 시절 현지 언론의 관심을 끌었고 동료 야수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광현은 '스피드업' 능력에 관심을 보인 미국 기자들에게 "경기가 빨리 끝나면 여러분도 집에 일찍 갈 수 있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광현은 2회에 나성범과 최형우 등 KIA의 간판 타자들을 가볍게 범타로 처리했다. 황대인을 상대로는 복귀 첫 탈삼진을 뽑아냈다.
3회에는 김광현과 KIA의 특급 신인 김도영의 투타 대결이 펼쳐졌다.
시범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다가 개막 첫 5경기에서 17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김도영은 전날 하루 휴식을 취하고 이날 선발로 나섰다. KBO 최정상급 투수를 상대로 값진 경험을 쌓을 기회였다.
김광현은 김도영과 첫 맞대결을 외야 플라이로 매듭지었다.
김광현의 활약은 계속 됐다. 4회에 이어 5회도 순식간에 끝났다.
김광현은 5회까지 단 1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으며 퍼펙트 행진을 달렸다.
6회 선두타자 이우성에게 볼냇을 내주면서 퍼펙트는 깨졌다. 계속된 1사 1루에서는 김도영이 마침내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쳤다. 두 번째 맞대결에서 김광현의 노히트 행진이 깨진 것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1사 1,2루 득점권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소크레타스를 내야 플라이로, 박찬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각각 처리하고 불을 껐다.
김광현의 복귀전은 화려했다. 김광현은 6이닝 동안 탈삼진 5개를 곁들이며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김원형 감독은 경기 전 김광현의 한계 투구수를 80개로 정했다. 김광현이 아웃카운트 18개를 잡아내기까지 필요한 공은 74개(스트라이크 46개)에 불과했다.
SSG 타선은 돌아온 에이스를 위해 초반부터 화끈한 득점 지원을 펼쳤다.
1회말 4안타 1볼넷을 묶어 3점을 뽑았고 2회에는 최정과 한유섬의 연속 적시타가 터졌다. 한유섬은 4회에 2타점 2루타를 추가했다. 최정과 한유섬은 6회에도 연속 적시타를 때려 스코어를 9대0으로 벌렸다.
김광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무려 9점을 지원하며 에이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김광현에게는 완벽한 복귀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