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키움의 시즌 1차전이 열린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삼성의 올 시즌 홈 개막전으로 이날 시구는 특별한 사연의 주인공이 맡았다.
2016년 12월 현재 삼성 마무리 오승환(40)이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암 병동을 찾아 환우들의 쾌유를 응원할 당시 안아줬던 어린이다. 5살이던 박건희 양은 수술 바로 전날 찾아온 '돌부처 산타'의 응원에 힘을 얻어 건강을 회복해 완치 단계에 이르렀다.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시절이던 오승환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홍보대사를 맡아 시즌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소아암 환우들을 만났다. 이후 오승환은 2020년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했고, 박 양은 TV 중계에서 '키다리 아저씨'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재회를 꿈꿨다.
지난해 시즌 막판 이 사연을 접한 삼성은 올 시즌 홈 개막전에 뜻깊은 시구 계획을 세웠다. 암 완치 단계에 접어든 박 양을 초대해 오승환과 재회하게 한다는 것. 박 양도 평소 식구들과 야구장을 자주 찾았고, 시구로 오승환에게 건강하게 회복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던 만큼 의미가 컸다.
이날 오승환은 박 양에게 시구를 지도하며 값진 선물도 전했다. 구단 관계자는 "오승환이 자비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했다"고 귀띔했다.
경기 전 박 양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오승환의 손을 잡은 채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한때 암을 앓았던 박 양은 언제 그랬냐는 듯 힘차게 공을 던졌고, 시포자로 나선 오승환이 받았다. 홈 구장을 찾은 팬들은 훈훈한 시구에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오승환은 "2016년 12월 당시였는데 완치 단계로 회복돼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한 친구는 처음"이라면서 "박 양이 시구까지 하게 됐는데 정말 기분이 좋고 대견하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내게도 뜻깊은 시간이었다"면서 "이 사연이 알려지고 힘든 어린이 친구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들과 팬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오승환은 "어린 아이지만 힘들게 암을 극복했다는 것에 선수들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야구 쪽으로 얘기하지 않아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뜻깊은 스토리가 나오면 팬들도 더 좋아해주시고 야구장으로 오시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구단 관계자는 "오승환이 박 양에게 시구를 지도하는데 어머니께서 '너무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시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사연이 있는 지인이 있어 힘을 내라고 사연을 전해주는데 나도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정작 시구를 했던 박 양은 천진난만한 표정이었다. 이날 부모님, 친구들과 관전한 박 양은 "많은 관중 앞에라 떨리기도 했지만 오승환 삼촌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돼서 정말 설레고 좋았다"고 밝게 웃었다.
스스로도 대견한 모양이다. 박 양은 "암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란 모습을 아저씨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승환 삼촌에게 스마트폰과 직접 사인한 유니폼, 야구공을 선물로 받았다"면서 "평생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될 것 같다"는 박 양을 함께 온 친구들이 부럽게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