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에서 대통령실 이전 예비비 360억원이 의결된 지 이틀 뒤인 8일 아침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전날부터 각 부서들은 보안 서류를 분류해 마대에 담아 내놓고 옮길 짐을 정리해 내놓느라 바빴다.
오전 8시 이사 차량이 들어오면서 1차(4월 13일까지)로 이사하는 부서들이 먼저 짐을 내놓기 시작했다. 건물 구조상 사다리차를 댈 수 없어 엘리베이터를 통해 짐이 실려 나오자, 중앙 현관 앞에 주차한 이사 차량이 계속 짐을 실어 날랐다.
평소엔 무장한 군사경찰이 지키며, 출입증을 인식하고 소지품 검문검색을 거쳐야 들어올 수 있는 보안 게이트도 짐을 나르기 위해 활짝 열려 있었다.
1차로 이사하는 부서는 계획예산관실과 운영지원과 등으로, 이들은 국방부 후문에 있는 군사법원과 정문 쪽에 있는 국방컨벤션 건물로 이동한다. 대변인실과 기자실도 옆 건물인 합동참모본부 대회의실로 옮기는 탓에, 기자들도 전날부터 이사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본청 앞에는 전문 차량을 불러와 파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점심을 먹고 온 뒤에도 서류를 담은 마대가 계속 쌓이고 있었다.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가 큰 탓에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2차 이전은 4월 20일까지로, 전력자원관리실과 국방개혁실 등이 별관(구청사)로 이동하며 동원기획관실과 군공항이전사업단 등이 본관(신청사) 옆 근무지원단 건물로 이동한다.
3차는 4월 28일까지로 도서관과 자료실, 용역업체 등이 옮겨간다. 4차는 5월 4일까지로 합참 옆 합동전쟁수행모의본부(JWSC) 내부 이전이 진행되며 합참 일부가 시설본부 건물로 이동한다.
최종 단계인 5차는 5월 14일까지인데 장차관실, 기획조정실, 정책실, 인사복지실 등 지휘부와 작전·대비태세 관련 부서가 합참 청사로 옮겨간다. 오는 28일까지 한미연합 지휘소훈련(CCPT)이 예정돼 있어 그 전까지 이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합참 건물에 위치한 일부 부서는 시설본부로 옮겨간다. 시설본부와 별관 일부, 근무지원단 일부는 전쟁기념관 뒤편 구 방위사업청 건물(현 국방대 서울캠퍼스, 국방홍보원)로 옮겨간다. 방산기술지원센터는 기상청으로 옮긴다.
국방부 관계자는 "물동량과 이사업체 사정 등을 고려해 나눠서 이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인수위원들을 맞은 자리에서 "아파트처럼 사다리차를 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엘리베이터를 통해 짐을 옮겨야 하고, 입구는 아까 들어온 그 곳(중앙 현관)뿐이다"며 "업체에 물어보니 10개 층 사무실에서 24시간 내내 작업해도 20일 정도 걸려야 짐을 뺄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8일 기준으로 취임식날인 5월 9일까지는 31일이 남았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에는 단 하루도 있지 않겠다"며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5월 10일부터 청사에서 집무를 하겠다고 하는데, 대통령과 장관이 동거를 하게 되나'라는 질문에 "제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로 미뤄볼 때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되는 4월 28일부터 2층에 위치한 장차관실 등 지휘부 이전 작업을 시작해, 5월 중순까지 합참 청사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현 국방부 청사에서는 일단 중앙현관을 통해 들어오고 나면 별다른 제재 없이 장차관실이 위치한 2층까지 곧바로 올라갈 수 있지만, 장관실 앞에 무장한 군사경찰이 또 지키고 있다. 3층부터는 사무실이 있는데 따로 권한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1층 기자실에 있는 기자들도 평소에는 2층까지만 드나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수위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단 가장 우선순위로 당선인의 집무실, 새 대통령 집무실 설치에 집중할 예정이다"며 "이미 보도된 대로 보안상 이유로 2개 층에 집무실을 만드는 것, 또는 당장 여건이 되지 않으면 임시 집무실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며 취임 당일부터 대통령께서 집무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스케줄상 장차관실과 정책실, 인사복지실, 기획조정실 등이 맨 마지막에 이동하는데 이들은 모두 2~4층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인수위는 일단 5층 이상에 임시 집무실을 설치하고, 연합훈련 종료 뒤 관련 부서 이전과 함께 본격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