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한은행의 구나단 감독은 7일 오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아산 우리은행과 홈 2차전을 앞두고 "정말 억울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데…"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시즌 전 약체라는 평가를 딛고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봄 농구를 앞두고 김단비를 비롯한 다수의 주축 선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들 대부분은 원정 1차전에 결장했고 팀은 완패했다.
2차전에는 여전히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김애나를 제외하고 풀 전력을 앞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다들 정상 컨디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기 외적인 변수가 너무 컸다. 구나단 감독이 억울하다는 말을 충분히 할만 했다.
3전2선승제 시리즈에서 먼저 1패를 당해 벼랑 끝에 몰린 신한은행은 죽기 살기로 싸웠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싸움에 달려들었고 루즈볼을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신한은행의 기세에 정규리그 2위 우리은행도 크게 고전했다.
경기 흐름을 바꾼 우리은행의 주역은 백업 가드 김진희였다.
김진희는 전반에 교체 멤버로 11분 이상 출전해 5점을 올렸는데 5득점 모두 신한은행과 치열한 기싸움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나왔다. 성공한 야투 2개 중 1개는 3점, 다른 1개는 미드레인지 점퍼였다.
김진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어시스트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포인트가드로서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지만 외곽슛은 약하다. 이번 시즌 야투 성공률은 26%, 3점슛 성공률은 19%에 그쳤다.
이를 감안하면 김진희의 득점은 우리은행에게 매우 큰 힘이 됐다.
우리은행은 홍보람이 3쿼터 중반 5반칙 퇴장을 당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위성우 감독은 또 한번 김진희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진희는 번개 같은 속공 득점, 적극적인 대인 방어와 도움수비로 고비 때마다 신한은행의 리듬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3쿼터 막판 큰 변수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의 골밑을 책임지는 김소니아가 다리 부상으로 실려나간 것이다.
김소니아는 우리은행이 59대56으로 근소하게 앞선 4쿼터 마지막 5분 싸움을 위해 다시 투입됐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3점 차 승부가 막판까지 이어지다가 박혜진의 한 방에 우리은행이 살아났다. 종료 1분31초를 남기고 점수차를 6점으로 벌리는 기습적인 장거리 3점슛을 터뜨렸다.
결국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을 66대60으로 누르고 2경기 만에 4강 플레이오프를 정리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4강에서 부산 BNK를 누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박지수의 청주 KB스타즈와 우승을 놓고 다툴 자격을 얻었다.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것은 통합 6연패 달성의 마지막 해였던 2018년 이후 4시즌 만에 처음이자 통산 14번째다.
박혜진은 19득점 6리바운드로 활약했고 베테랑 김정은은 16득점 4리바운드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김진희도 9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후반에는 수비에서 높은 기여를 보였다.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의 챔피언결정전은 오는 10일 청주에서 5전3선승제 시리즈로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