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요청안이 제출되며 인사청문회 정국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송곳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전관예우에 따른 고액보수 논란과 회전문 인사, 이해충돌 소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덕수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에 따르면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은 이날 오후 3시쯤 국회에 제출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일 한 후보자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지 나흘 만이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 제6조에 따라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이에 따라 국회는 조만간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꾸려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 기한은 오는 26일까지다.
청문회에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다른 장관들과 달리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 표결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회 단독 과반인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송곳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TF는 이날 새 정부 인사에 대한 3대 검증 기준을 '직무역량·공직윤리·국민검증'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김앤장 고문 시절 '고액보수'·'회전문 인사' 쟁점으로
한 후보자는 현재 김앤장 고문 경력으로 파생된 여러 논란을 겪고 있다.
먼저 고액보수 문제가 있다. 한 후보자는 한-중 마늘 협상 파동으로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물러난 뒤인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하며 8개월 동안 1억 5천여만 원을 받았다.
이후 2017년 12월부터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까지 다시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했다. 4년 4개월 동안 한 후보자는 고문료 18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말까지 3년 동안은 연봉 5억 원씩, 그 이후로는 연봉 3억 원씩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받은 돈을 모두 더하면 19억이 넘는다. 능력에 따라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공직을 통해 쌓은 전문지식'을 활용해 고액을 보수를 받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한 후보자가 '공직→로펌→공직'을 반복한 만큼 이른바 '회전문' 이력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위 관료로 있다가 로펌에서 어떤 일을 했다가 다시 또 국무총리로 복귀하는 것은 경기에서 심판으로 뛰다가 선수로 뛰다가 연장전에 다시 또 심판으로 돌아가는 경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가 2002~2003년 김앤장 고문 재직 당시 론스타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론스타 사건' 당시 김앤장이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었던 점 등을 들며 한 후보자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관예우 의혹을 넘어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를 면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김앤장으로부터 받은 월 3500여만 원이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도덕과 양심의 기준에 맞는지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론스타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 관여를 한 부분은 있지만, 김앤장이라는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 후보자는 지난해 3월부터 이달 초까지 에쓰오일(S-Oil) 사외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의 급여가 월 666만7천 원인 점을 고려하면 재직기간 총 8천여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추산된다.
종로 단독주택, 외국 회사에 장기 임대
한 후보자가 장인으로부터 1989년 4월 약 3억 8천만 원에 매입한 서울시 종로구 3층짜리 단독 주택과 관련된 의혹도 불거졌다.
이날 한겨레는 한 후보자가 해당 주택을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0년간 당시 세계 통신업체였던에이티앤티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현 엑슨모빌)의 한국 자회사 모빌코리아에 임대했다고 보도했다. 한 후보자가 얻은 임대수익료는 6억 2천여만원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가 자신의 주택을 미국계 기업에 임대했던 1989~1999년 사이 상공부 산업정책국장과 대통령 통상산업비서관, 상공자원부 기획관리실장,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 특허청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직을 지냈던 점을 들며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준비단을 통해 "(해당 주택은) 1989년 구입한 뒤 임대하다가 1999년부터 실거주 중에 있으며, 임대차 계약은 부동산 중개업소의 중개에 따라 월세 선지급 방식으로 계약했다"며 "계약 전 과정을 중개업소에 일임하고, 세금을 투명하게 납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회의 청문회 검증에 성실히 임해 국민의 의혹이 없도록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