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승인한 보고서에 이같은 경고를 적시했다. 각국이 저마다 제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는 '1.5도 마지노선'을 지켜낼 수 없다는 얘기다.
IPCC 추산 2019년 전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59±6.6GtCO2eq(이산화탄소 환산 기가톤)이다. 59Gt으로 따져보면 2030년까지 필요한 감축량은 16.4Gt인데, 이는 우리나라 순배출량의 20배가 넘는다.
유럽연합(EU) 산하 '지구 대기 연구를 위한 배출 데이터베이스'(EDGAR)가 집계한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2위였다. 우리나라까지 12개국의 2018년 배출량 합산은 33.7Gt로, 전세계 과반 비중인 '배출 대국'의 감축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감축량 자체가 불분명한 중국·인도·이란
중국 NDC는 "2030년 이전 이산화탄소 배출의 정점을 찍고, 2060년 이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 2005년 수준보다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5% 이상 낮춘다"고 돼 있다.
특정 시점까지 배출 증가를 선언한 데다, 총 7종의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만 언급한다. 감축량도 배출량 절대치가 아니라, 'GDP 당 배출집약도' 방식 상대치다. 경제성장률에 따라 배출량이 유동적이어서 감축 수준이 불분명하다.
EDGAR 추산 3.62Gt으로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인도의 NDC도 유동적인 목표를 내놨다. "2030년까지 GDP 당 배출집약도를 2005년보다 33~35% 낮춘다"는 목표가 설정됐다. 특히 각국이 지난해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음에도, 인도는 2016년 제출 이후 업데이트가 없다.
더 심각한 것은 0.93Gt로 세계 8위 온실가스 배출을 기록한 이란이다. 이란은 파리기후변화협약 가입 자체를 하지 않아, NDC도 존재하지 않는다.
배출 7위 인도네시아(1.07Gt)와 10위 멕시코(0.80Gt)는 그나마 낫다.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BAU(Business As Usual) 대비 배출량 29%를 무조건 줄이겠다. BAU 시나리오는 2030년 약 2.87GtCO2e로 예상됐다"는 NDC를 냈다. 멕시코는 "무조건적으로는 2030년까지 BAU 대비 온실가스 22%와 블랙카본 51%를 감축한다"는 목표다.
다만 '감축 노력을 안 했을 때'를 전망하는 BAU 방식 역시 왜곡·변동 가능성 탓에 감축 수준이 불명확하기는 마찬가지다.
절대 감축량 제시국들 '43%'에 근접
EDGAR 추산 2위(6.30Gt) 배출국 미국은 NDC에서 "2005년 수준보다 50~52% 감축한다"고 밝혔다. OECD의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 통계 등을 통해 추산하면 2030년까지 미국의 감축 목표량은 3.62Gt 안팎이 된다.
러시아는 "1990년 수준 대비 최대 70%까지", 일본은 "2013 회계연도에 비해 46%", 브라질은 "2005년에 비해 50%"를 각각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발표했다. OECD 통계 기반으로 추산하면 각각 2.21Gt, 0.76Gt, 0.36Gt을 2030년까지 감축한다는 얘기다.
독일은 "1990년에 비해 최소 55%"라는 EU의 NDC를 준수한다. 캐나다는 "2005년 수준보다 40~45%"로 제시했다. 환산한 독일의 2030년 감축량은 0.69Gt, 캐나다는 0.42Gt 안팎이 된다.
끝으로 우리나라는 "2018년 수준인 727.6 MtCO2eq에서 40%"라는 감축 목표를 내놨고, 이는 0.29Gt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차례 상향조정한 NDC를 제출한 우리나라가 당장 추가 수정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2035년 NDC' 제출이 예정된 2025년에는 더 강화된 목표가 요구될 수 있어, 차기 정권에는 부담 요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NDC는 한번 내고 끝이 아니라, 5년 주기로 새로운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2025년 제출할 NDC에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우리나라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