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잉'''', 위험한 그러나 매력도 있는 ''재앙''

노잉
''''크로우'''', ''''다크시티'''', ''''아이,로봇''''등의 전작으로, 할리우드 평단의 신뢰를 받아오던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이 신작 ''''노잉''''에선 자존심 좀 상하게 됐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첫 주말 1위에 올랐지만, 작품에 대한 현지 언론의 반응은 대부분 썰렁하며, 일반 관객들의 평도 높지 않다.

15일 극장 개봉에 앞서 7일, 국내에도 첫 선을 보인 ''''노잉''''은 호의적이지 않은 평들에 또다시 신음할 분위기다. 이 영화가 받은 혹평들을 살펴보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세계관이 공통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로 인해 야기된 플롯의 허점, 캐릭터들의 매력 부재 등이 매몰차게 지적됐다. 이런 반응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한편 유쾌하지 않은 기분도 든다. ''''노잉''''을 재밌게 보는 경우가 발생해선 안 될 것처럼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쏘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잉''''의 스토리는 1959년,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시작된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50년 후에 개봉할 타임캡슐 이벤트가 마련되고, 이에 신난 아이들이 각자 상상한 미래의 모습을 종이에 그려 타임캡슐 안에 담는다.


그러나 유독 한 소녀만이 불안한 얼굴을 한 채, 종이 위에 알 수 없는 숫자들을 잔뜩 나열한다. 50년 후인 2009년, 같은 초등학교에서 드디어 타입캡슐이 열려지고, 그 안에 있던 종이들은 현재의 학생들에게 선물로 전달된다.

MIT의 천체물리학 교수인 존 코슬러(니콜라스 케이지)의 아들이 마침, 당시 혼자 이상했던 소녀가 적은 종이를 받게 된다. 우연히 이 종이를 보게 된 존은 심심풀이처럼 숫자들의 의미를 해독하다 그것이 지난 50년간 일어났던 대재난의 날짜 및 사망자수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아직 의미 불명으로 남아 있던 숫자들이 충격적 대재난으로 현실화되는 것을 목격한다.

각본도 직접 맡은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지난 50년간 일어났던 대재난'''' 속에 911테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실제 일어난 대재난을 적용했다. 그것을 인터넷 검색 사진 등으로 빠르게 보여주고 넘어간 대신,''''2009년 현실화된 대재난''''은 실감나게 묘사했다. 비행기 추락 장면과 지하철 충돌 사고 장면이 그 예다.

펑펑 폭발하는 비행기와 지하철 속에 온통 찢겨지고 잘라지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마치 그 사고 현장 속에 있는 듯, 엄청난 공포가 밀려온다. 이 리얼한 대재난 시퀀스는 관객들의 재미를 위해 만들었다는 느낌이 감지되지 않는다.

TV와 신문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주로 지구상의 대재난을 접하는 관객들에게 ''''노잉''''은 눈물이 살짝 어릴 만큼 냉정한 현실 감각을 주입한다.

하지만 감독은 이 대재난이 일어난 원인을 자신이 지닌 세계관의 잣대로 분석했다. 천사와 악마, 또는 외계인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신비한 존재가 그 모든 일들을 ''''예정''''했다는 결정론적 입장을 투사한 것이다.

사실 ''''노잉''''이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존재, 특히 현재 인류 문명보다 발달된 세계에 있는 생명체가 지구상의 일들에 개입됐다는 상상을 펼친 영화나 드라마를 관객들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새롭지 않아 아쉬운 것보다, ''''노잉''''의 세계관은 ''''우주''''와 ''''성서''''사이에서 다소 갈피를 잡지 못한 단점을 노출한다.

더욱이 이 영화는 (설마 블록버스터가 이렇게 마무리할까 싶었지만) 인류가 ''''싸그리'''' 전멸하는, 암울하지만 멋진 종결에서 괜한 욕심을 부렸다. 관객들의 상상력을 억제하는 동시에, 기독교적인 냄새를 약간 강하게 피우는 결론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아담과 이브가 연상되는 두 소년 소녀만 살아남게 한 뒤, 그들이 ''''천국''''으로 연상되는 공간에서 뛰노는 장면이다(어쩌면 다른 나라에서 선택된 아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하게 보여주진 않는다). 물론, 그 장면은 ''''성서''''와 ''''있을 법한 우주'''', 두 가지 해석이 공존할 수 있다.

감독이 뚝심 있게 그린 이러한 세계관에 동의할지 안할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영웅을 거둬낸 ''''노잉''''은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가 일반적으로 내세우는 단순한 재미보단, 사상에 심취한 영화다. 그 사상은 익숙한 느낌이 있는 만큼, 다음 장면을 대단히 기대하게 만들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개인적으로 손을 들어주고 싶은 건, 돈 낭비를 생각하지 않게 하는 공들인 흔적과 매력적인 허무주의다. 누가 장담하겠는가. ''''노잉''''이 말하듯 이 부조리 가득한 지구가 멸망을 맞이하지 않으리라고. 1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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