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4선 의원에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86세대의 대표 정치인 민주당 최재성 전 수석.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어제 정계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소명이 필요한데 제 소명이 욕심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면서 선언을 한 거죠.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들어봐야 되겠습니다. 최재성 전 수석 연결을 해 보죠. 최재성 전 수석님 안녕하세요.
◆ 최재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난주 금요일에 다른 방송에서 저 만나셨잖아요.
◆ 최재성> 네, 그랬죠.
◆ 최재성> 네.
◇ 김현정> 지방선거 출마는 전혀 생각을 안 하셨던 겁니까?
◆ 최재성>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니, 올해 나이가 57세밖에 안 되셨는데. 정계은퇴라는 말이 너무도 낯섭니다. 도대체 어떤 계기가, 어떤 무엇이 최 수석을 정계은퇴하게 만든 겁니까?
◆ 최재성> 연령이 아직 그렇다고 정치를 했던 시간이 짧았던 건 아니거든요.
◇ 김현정> 20년.
◆ 최재성> 제가 서른아홉에 첫 국회의원 돼서요. 4선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렇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고요. 제가 정치를 했던 20년의 시간 동안 세상도 많이 바뀌었고 또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요청이나 이런 것들도 굉장히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에 좀 한계도 느끼고 또 저희가 정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목적, 소명 이런 것들은 시대 변화에 따라서 일단락이 되지 않았느냐 이런 생각입니다.
◇ 김현정> '정치를 처음 시작하면서 품었던 그 소명. 어떻게 보면 좀 거대 담론 이런 것들이 이제는 조금 변화하지 않았는가, 우리 정치에 대한 주문이, 요구가' 이런 생각이란 말씀인 것 같아요?
◆ 최재성>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얼마 전에 김영춘 전 장관도 정계은퇴 하셨잖아요. 김 전 장관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를 정치에 뛰어들게 만들었던 거대 시대가 저물고 생활 정치의 시대가 왔다. 나는 거기에 적합한 정치인인가 자문자답해 봤다.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걷고 싶지 않다. 다른 도전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두 분이 비슷한 공감대를 가지신 거라고 보면 됩니까?
◆ 최재성> 그렇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제 거대 담론이라는 것은 사실 이 시대에도 필요하거든요. 오히려 이제 그런 것들이 거의 언젠가부터 부재한 상태에서 좌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정치가 펼쳐지고 있는 거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인데요. 예를 들어서 민주주의라든가 하나의 선도적인 활동으로 우리 사회, 우리 국가에 채워져야 될 부분, 가야 될 방향들을 끌고 가는 정치에서 이제는 그야말로 집합 지성의 시대가 됐고 수평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됐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점에서 그런 거대 담론의 시대가 저물었다기보다는 그런 리더십의 변화, 또 정치의 변화들이 거의 문명적 수준으로 요청받고 있는 이런 것이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게 불출마 선언이 아니고 정계은퇴거든요. 이게 사실 보통 결정이 아닌데. 김영춘, 최재성, 두 분처럼 또 고민하고 있는 다른 86 정치인들이 있습니까? 더 계십니까?
◆ 최재성> 고민들이야 다 하고들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86정치인의 정의와 개념, 범주가 사실은 굉장히 모호합니다. 그러면 동시대를 살았던 정치인들은 다 86정치인으로 볼 수 있느냐. 이런 문제부터 시작해서요. 과거에 학생운동을 했던 소위 말해서 지도적 역할을 했던 전대협 부회장 출신이라든가 김대중 대통령한테 젊은 피로 정치에 입문했던 그런 분들을 대표적으로 지칭하는 건지. 만약에 그렇게만 국한시켜서 본다면 세대적으로 같은 386세대다 그러면 이재명 후보도 386세대고 아마 윤석열 당선자는 386세대 맏형쯤 되겠죠.
◇ 김현정> 나이로만 가지고 따지면 그렇게 범주가 넓어진단 말씀이군요.
◆ 최재성> 그렇습니다. 그러면 결국은 민주화운동을 했던 학생운동 세대 중에 좀 대표적인 이런 사람들로 국한이 되는 건데요.
◇ 김현정> 그렇죠.
◆ 최재성> 그러면 그 시대에 또 양지만을 쫓고 또 그렇게 해서 정치에 입문을 했던 사람들과의 문제는 그럼 또 어떻게 볼 것이냐 하여튼 이런 문제예요.
◇ 김현정> 제가 말씀드린 86정치인은 그런 넓은 의미, 물리적인 나이로만의 86를 의미하는 건 아니고. 말씀하신 것처럼 시대를 이끄는 어떤 거대 담론을 위해서 정치판에 뛰어들었던 주로 학생운동 하셨던, 민주주의 운동하셨던 그분들을 의미하는 건데요. 그분들 중에 그러니까 비슷한 고민들, 좀 후배들에게 뭔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 더 많이 계시다는 의미인가요?
◆ 최재성> 좀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그런데 지금 대표적으로 송영길 대표라든가 지금 뭐 국회의원 선거에서 좌절을 몇 번 해서 현실정치인으로 재진입을 못 한 임종석 전 실장이라든가. 다 그런 고민들이 있으시겠죠.
◇ 김현정> 그런 분들 다 고민이 '있으시겠죠'예요? 아니면 같이 사석에서 고민 좀 해 보셨어요?
◆ 최재성> 그 전에는 간간히 얘기들을 했어요.
◇ 김현정> 했어요.
◆ 최재성>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우리가 정치를 그만둬야 되는 이런 것보다는. 이제 우리의 뭐라 그럴까요, 역할, 또 정치적 소명. 또 이런 것들이 늘 고민들을 하고 또 얘기들을 하고 해 왔죠.
◇ 김현정> 그런데 좀 아이러니하게도 86용퇴론 제일 먼저 외쳤던 송영길 전 대표는 어제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하셨거든요.
◆ 최재성> 네.
◇ 김현정> '불쏘시개 역할, 희생하려고 나왔는데 자꾸 오해를 해서 좀 억울하다'는 심경을 주변에 토로하셨다고 해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최재성> 사실 86용퇴론이라는 것도 당사자인 송영길 대표에 의해서 대선 때 좀 점화된 측면들이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습니다.
◆ 최재성> 그게 어떻게 보면 화살이 되어 돌아온 그런 격인데 저는 이렇게 뭐랄까요. 이런 잘못된 프레임에 그냥 휩쓸려서 이렇게 하는 것보다 스스로들이 해야 될 결정의 몫이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송 대표의 경우에는 오히려 거기에서 발화를 시키고 지금은 또 다른 명분 또 다른 논리로 서울시장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닉한 거죠.
◇ 김현정> 아이러닉한. 그런데 이제 뚜렷한 대안이 없지 않느냐 그런 이야기도 나오거든요. 승리에 대한.
◆ 최재성> 이런 겁니다. 사실 패배의 경쟁으로서는 그 말이 일리가 있죠. 지는 건데 누가 덜 질 수 있느냐.
◇ 김현정> 패배의 경쟁이라면 그 말이 맞다?
◆ 최재성> 그렇죠. 만약에 명분이 상실되고 또 이 신뢰가 다시 말을 번복하면서 신뢰가 떨어지는 그런 상태에서 정당의 공천으로 송 대표가 만약에 출마를 했다 그러면 패배하면서 덜 질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계산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에 정당에 대한 평가나 또 명분 이런 것들이 실종돼서 더 우리가 어려워지는 거죠.
◇ 김현정> 그 말씀은 질 걸 상정하고 송 대표가 나가서 조금이라도 덜 지는 거면 모르겠는데. 지금 승리를 생각하고 있다면 송 전 대표로는 안 된다. 왜냐? 명분이 부족해서, 그 말씀이세요.
◆ 최재성> 아니, 예를 들어서 서울시민들께서 안 나오겠다고 해 놓고 불과 대선 때 안 나오겠다고 해 놓고 얼마 시간 지나지 않아서 또 나오는 분에게 표를 주겠습니까? 그래서 그것은 현재 뭐 조사상의 상대적인 어떤 이 높은 수치 이런 것을 가지고 얘기할 수는 있어도 그래서 그것이 서울시장 승리의 절대적인 키포인트다 이렇게 주장하기는 어렵죠.
◇ 김현정> 그럼 누가 좀 더 나가서 승리를 위해서 뛰어야 된다고 보세요?
◆ 최재성> 그거는 누구를 지칭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정치도 최소한이라는 게 있는 거 아닙니까? 사회도 사회적 최소한이 있는 건데. 최소한 나가서는 안 되는 사람을 정치적, 정당적 명분과 기준으로 잘 설정을 해서 차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다른 자원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또 모색이 돼야 되는 건데. 이것이 구분치 아니하고 여론조사 수치가 조금 더 나올 수 있다는 걸로 이 명분과 또 정치적 신뢰 같은 것을 다 밟고 그렇게 나가는 것은, 아마 이게 송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결국은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태도와 자세, 신뢰 문제까지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거는 송탐대실이에요. 송탐대실.
◇ 김현정> 송영길 대표 탐하다가 큰 거 잃어요? 송탐대실이요?
◆ 최재성> 그렇습니다. 이거는 정치적으로 사실 이런 사례도 찾기 어렵고 통용이 되지 않았어요, 과거에도.
◇ 김현정> 그렇습니까?
◆ 최재성> 그래서 개인의 어떤 목적이 그것이 어떤 논리와 이런 주장으로 포장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전체를 흔들게 되면 그거는 사적인 욕망이죠. 여기에 정당이 소위 말해서 방어를 못 해 내고 이것이 그냥 수용이 된다고 그러면 대실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지금 민주당이 졌지만 잘 싸웠다. 이른바 졌잘싸 프레임에 갇혀있다고 보세요?
◆ 최재성> 그것과 송 대표하고는 또 상관이 없는 거예요.
◆ 최재성> 그거는 너무 과잉이죠. 논리의 과잉인데. 일단 그것은 대중적으로 인정이 되고 평가가 돼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스스로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거거든요. 당대표를. 그리고 대선 와중에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단 말이에요. 그것을 총선만 출마하지 않겠다고 해석되어지지는 않잖아요. 그러면서 86용퇴론에 또 점화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이거는 졌잘싸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상황 전개의 과정들이 있었던 거죠. 그걸 송 대표 스스로가 했던 것이죠.
◇ 김현정> 그러면 지금이라도 사퇴를 좀 하시는 게 당 전체를 위해서 낫다고 판단을 하시는 걸까요?
◆ 최재성> 저는 사퇴가 아니고 그런 시도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미 진도를 나가니까 이게 양날의 형국에 처한 거죠. 송 대표도 더 갈 수도 없고. 그래서 이거는 본인이 시동 걸은 그 관성대로 이렇게 본인은 갈 텐데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러니까 쇄신 개혁이 지금 당에 필요하다. 이런 주장은 계속 나오고 있고 최 수석도 동의를 하시는데. 그 구심점으로 그러면 이재명 상임고문이 좀 조기 등판 하는 건 어떠냐, 이런 아이디어도 한편에서 나옵니다. 그거는 어떻게 보세요?
◆ 최재성> 저는 그 기준도 너무 작위적이거나 인위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소위 말해서 호명을 당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일종의 대중적 합의나 요청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거든요.
◇ 김현정> 지금은 그 때가 아니라고 보세요? 호명 안 합니까? 지금은. 지금 당 일각에서 호명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 최재성> 지금 일각이라고 말씀을 하셨잖아요. 그래서 견해가 다른 것이 조금 충돌을 하게 되는 그런 정도 사안이면 어떻게 보면 대중적 합의나 요청에 의한 호명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그래서 양론이 가파르게 존재를 하게 되면 그거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 김현정>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 최재성> 지금 송 대표도 마찬가지거든요. 독배를 드는 심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거는 양론이 있고 그 술잔을 들겠다는 사람들이 복수 이상이 있으면 그거는 독배가 아니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최재정 전 정무수석님, 이제 정계 은퇴를 하셨으니까 오히려 더 자유로워진 몸으로 당을 가릴 것 없이 우리 정치판에 쓴소리 하실 상황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좀 더 자주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 최재성> 네, 네.
◇ 김현정>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재성> 네.
◇ 김현정> 민주당 최재성 전 정무수석이었습니다.